《정모(38) 씨는 요즘 송년회에 나가면 ‘인간문화재’ 대접을 받는다. 친구들이 가입한 국내외 주식형펀드는 모두 원금의 절반가량이 날아갔지만 정 씨가 3000만 원을 투자한 ‘베어마켓인덱스펀드’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4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 정 씨가 가입한 펀드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리버스펀드’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C아파트 60m²(18평형)는 아파트 값이 최근 몇 년간 1억 원 정도에 묶여 요지부동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최근까지 8000만 원이나 뛰었다. 1년간 연 80%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낸 셈.》
올해는 투자자에게 최악의 해였다. 국내 및 해외 주식은 물론 대부분의 부동산도 가격이 폭락해 연간 물가상승률(4.7% 추정) 이상의 수익률로 최소한 자기 자산 가치를 지키거나 불린 투자자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산불 속에서도 생존한 나무가 있듯 이 와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와 부동산이 있다. 이 자산들은 경기 호황 때는 투자자의 주목을 별로 끌지 못했거나 철저히 소외당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 ‘거꾸로 펀드’ 선전
지난해 증시 활황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던 주식형펀드는 올해 증시 폭락으로 수익률이 바닥을 기었다. 연초 이후 19일까지 평균수익률은 국내 주식형펀드가 ―37.37%, 해외 주식형펀드는 ―49.96%에 이를 정도로 성적이 초라하다.
하지만 베어마켓인덱스펀드나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과 주식 비율을 탄력적으로 배분해 투자하는 절대수익추구형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청개구리’ 속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 베어마켓인덱스펀드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 이후 22일까지 베어마켓인덱스펀드의 유형 평균수익률은 32.52%였다. 한국투신운용이 내놓은 ‘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파생상품A-1’은 수익률이 39.18%나 됐다.
이 펀드는 지수선물과 옵션거래를 통해 주가지수가 내릴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도록 설계돼 올해 같은 급락장에서도 수익률이 좋았다. 물론 지수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내려가기 때문에 주기를 잘 타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이들 펀드 11개의 순자산은 모두 합쳐도 200억 원 정도로 50조 원인 국내 주식형펀드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국내 채권형펀드도 올해 들어 최근까지 7.1%의 수익률을 보여 올해 정부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4.7%를 넘었다. 채권형펀드는 원금 손실 우려가 거의 없지만 상승장에서는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아 지난해와 같은 대세 상승기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주식 관련 자산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빛을 발했다.
절대수익추구형펀드는 절대수익률을 정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자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장점 때문에 연초 이후 최근까지 2.2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