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한때 떨어져도 ‘+’땐 증가 의미
% 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동아일보-FKI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기획
내용 경제 변수에 대한 통계를 작성할 때에는 먼저 크기, 양, 정도를 측정한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크기나 양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충분하게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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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2006년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02.2였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물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물가지수 102.2라는 값만을 가지고는 한 해 전에 비해 물가가 오른 것인지 아니면 내린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으며, 또 물가가 올랐다면 얼마나 올랐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이때 변화율을 사용할 수 있다. 2005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0.0이었다. 그렇다면 소비자물가지수가 2006년 한 해 동안 2.2%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즉, 2006년의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2.2%였다.
이런 방법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계산해 그래프를 그리면 어느 해에 물가가 많이 올랐고 어느 해에 안정적이었는지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변화율은 경제학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데, 변화율을 해석할 때 저지르기 쉬운 한 가지 오류가 있다. 변화율이 이전 해에 비해 낮아진 것과 원래 통계의 크기 자체가 감소한 것을 동일시하는 오류가 바로 그것이다.
물가상승률 그래프에서 2004년의 물가상승률은 3.6%, 2005년의 물가상승률은 2.8%였다. 즉, 2005년의 물가상승률이 2004년에 비해서 낮아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2005년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04년에 비해서 낮아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록 물가상승률은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높아졌다. 변화율이 양(+)의 값을 갖기 때문이다. 변화율이 양수인 한 원래 통계의 크기는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래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2000년부터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경제교육학회 편,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24∼25쪽
이해 변화율은 퍼센트(%), 즉 백분율로 구한다. 백분율의 중요성과 유의할 점을 생각해 보자.
2007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300억 달러 정도 증가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500억 달러 정도 증가했다. 어느 국가가 2007년에 더 많이 성장했을까.
GDP가 증가한 규모만을 따지면 미국이 한국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우리나라 경제보다 기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조금만 성장해도 GDP가 많이 증가한다. 반면에 한국은 성장률이 높더라도 GDP 증가치는 미국에 비해 작다.
위의 사례처럼 규모의 차이 때문에 비교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는 백분율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기본 규모를 감안해 실제로 경제가 성장한 정도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GDP의 변화율을 구해 보면 2007년에 미국은 2.2%, 한국은 5.0%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았다.
백분율의 활용에 있어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경기 하강으로 코스피가 1,000에서 20% 하락하면 800이 된다.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주가가 20% 반등하면 원래 주가였던 1,000을 만회할까.
아니다. 800포인트에서 20% 상승하면 160포인트가 상승하는 것이므로 주가는 960에 그친다. 원래 주가인 1,000을 만회하려면 주가가 20%가 아니라 25% 상승해야 한다. 이처럼 퍼센트는 증가할 때와 감소할 때가 비대칭적이다.
백분율을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여기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다음 사례를 보자.
동네에서 2만 원에 팔고 있는 게임팩을 시내의 할인매장에서는 1만 원에 팔고 있다. 또 동네에서 100만 원인 텔레비전은 할인매장에서 99만 원에 판다. 사람들은 게임팩과 텔레비전을 각각 어디에서 사려고 할까.
이때 상당수가 게임팩은 시내 할인매장에서 사겠다고 하지만 텔레비전은 그냥 가까운 동네에서 사겠다고 응답한다.
절약할 수 있는 돈을 원래의 판매 가격에 대비한 백분율로 환산해 의사결정을 한 결과다. 게임팩의 경우에는 50%나 절약할 수 있지만, 텔레비전은 절약할 수 있는 비율이 겨우 1%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그냥 동네에서 구입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팩과 텔레비전을 1대씩만 살 생각이라면 이 경우에는 백분율보다는 절대 금액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다. 두 물건 모두 동네 대신 시내 할인매장에 갔을 때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이 1만 원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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