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좁아진 취업문 내년엔 더 바늘구멍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기업 입사때 면접 - 영어말하기 평가 강화

2008 결산 2009 전망

‘침체된 2008년, 바늘구멍 2009년.’

채용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채용 시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올해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맞춰 채용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대세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체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긴축경영에 들어간 기업이 많아 내년 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올해 대기업은 예년 수준 채용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48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08년 채용 결산’을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인원은 3만925명으로 지난해의 3만2155명보다 3.8% 감소했다.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 않은 기업도 97개사로 지난해 76개사보다 27.6% 늘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2만6280명을 뽑아 지난해 2만6395명과 엇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올해 채용은 18.9%, 중소기업은 20.4% 감소했다.

공기업 채용 규모는 지난해 3186명에서 올해 917명으로 급감했고 외국계 기업도 지난해보다 39.9% 선발 인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신입사원 선발에선 새로운 평가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잡코리아는 “올해는 많은 기업이 면접을 강화하고 영어말하기 능력 평가를 도입한 것이 새로운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그룹은 올해 기존 영어 필기시험에 영어 말하기 시험 점수를 추가했다. 두산그룹, 대림산업, 쌍용건설 등도 원어민 인터뷰 등을 통해 영어 말하기 평가를 강화했다. 또 주요 대기업들은 면접 방식을 다양화하고 면접 단계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 내년 채용시장 더욱 악화

인크루트가 최근 47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09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에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은 183개사(38.3%)로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4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힌 곳은 36.2%로 지난해 5.6%보다 6.5배로 늘었다.

대기업 중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58.4%,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9.7%였다.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27.8%와 55.2%가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업 규모별로 채용 양극화가 심해질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94개 기업에 ‘내년 국내 채용시장 전망’을 물었을 때는 76.7%가 ‘내년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분야 기업의 97.9%가 내년 취업 시장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가장 비관적이었다. 기계, 철강, 조선 업종과 전기 전자 업종도 80% 이상의 기업들이 채용 악화를 예상했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들은 필요한 소수 인원을 수시로 뽑는다”며 “구직자들은 기업의 선후배 인맥을 동원해 사내 추천제 공모를 적극 활용하고 부정기적으로 뜨는 채용 정보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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