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아파트도 10억 밑돌때 증여 고려할만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전 국민 펀드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광풍이 일었던 펀드는 반 토막 아래로 떨어져 자산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해외펀드에 가입해 환 헤지까지 한 경우 원금을 손해 볼 뿐 아니라 선물환 계약에 의해 추가 자금까지 납부한 자산가들은 더욱 속이 상했다.
내년에도 펀드투자 전망이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아 일부 자산가들은 증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펀드가 저평가되었을 때 자녀 앞으로 현금증여를 하면 평가금액으로 신고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라이빗뱅킹(PB)센터들은 요즘 이에 대한 상담을 다수 진행 중이다.
김모 고객의 경우 지난해 10월 중국펀드에 1억 원 투자했는데 최근 평가금액이 4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김 씨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자녀(25세) 앞으로 증여를 통한 명의 변경을 한 뒤 증여신고를 했다. 당초 펀드 평가금액이 1억 원일 경우 증여세가 700만 원이 나오지만 평가금액이 4000만 원으로 하락한 시점에서 증여하면 증여세가 100만 원으로 줄어 600만 원의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향후 증시가 안정돼 평가금액이 늘어나도 이미 증여신고를 했기 때문에 추가 증여세 부담은 없고, 자산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 펀드증여를 하는 자산가들이 많은 것이다.
성인 자녀는 3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되지만 배우자는 6억 원까지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산분배 측면에서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다만 현금재산을 증여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현금재산의 증여는 증여와 차명(借名)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절세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증여할 땐 반드시 증여 계약서를 작성해야 납세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증여받는 사람이 미성년자라면 법률적 의사표시를 명확히 하기 위해 증여자의 배우자가 친권자로서 법정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 증여계약의 효력을 명확히 하는 방법이다.
또 미성년자처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증여할 땐 증여세 납부세액에 대한 현금증여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납부할 증여세 재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포함해 이후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활성화 대책이 쏟아지면서 저평가된 부동산, 특히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이 많이 하락한 시점에서 증여를 하면 세금도 줄이고,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 혜택까지 물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녀명의로 증여신고를 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 이들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까지 시행되면 어느 정도의 투자 수요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대략 10억 원 내외에서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데 10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율 차이가 많이 난다.
현재 증여세율 기준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과세표준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20% △과세표준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 30%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40%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50%로 성년자녀에게 10억 원을 증여할 경우 약 2억790만 원의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10억 원이 넘으면 증여세율이 40%가 되므로 10억 원 이내의 가격대를 보이는 현재를 적정한 매입 타이밍으로 보는 자산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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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