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복병 가계-기업 구조조정
14명중 9명 “2010년 상반기에 경기회복”
내년 환율 평균 1190원-유가 56달러 전망
한국의 주요 14개 민관(民官)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으로 ‘경기부양책 마련’을 꼽았다. 또 2009년 한국 경제가 가장 경계해야 할 복병(伏兵)으로는 ‘가계 기업의 도산 및 구조조정’을 들었다.
경제연구소 대표 14명 중 9명(64.3%)은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 시점을 내년 하반기(7∼12월), 한국의 경기 회복 시점을 2010년 상반기(1∼6월)로 전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하는 ‘월간 전경련’은 국내 14개 경제연구소 대표를 대상으로 내년도 정책과제와 경기 전망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내용을 담은 잡지는 내년 1월 5일 발간될 예정이다.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내년도 역점 경제정책 과제’로 경기부양책에 이어 △금융시장 안정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 차단 △일관되고 선제적인 경제정책 추진 △일자리 창출 △경제 리더십 회복 △규제완화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 순으로 꼽았다.
전경련 측은 “정부가 한발 빠른 경기부양을 통해 ‘한국경제호(號)’를 잘 이끌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홍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자 하는 비상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년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는 1위인 ‘가계 기업의 도산 및 구조조정’ 외에 ‘국내 및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 ‘실물경기의 침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지속’ ‘고용불안 속의 대량 실업’이 2∼5위를 차지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내년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이 기간 정부와 기업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흑자 도산이나 대량 실업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내년 2, 3월이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될 것 같다”며 “그때부터 불황 대책에 집중해야 하며 규모가 큰 재정 지출들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연구소 대표들이 전망한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의 평균값(최댓값과 최솟값은 제외하고 계산)은 2.2%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4.9%보다 2.7%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의 핵심 변수인 달러당 원화 환율은 연평균 1190원, 유가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56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연구소 대표들은 ‘올해 10대 경제뉴스’ 1위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뽑았다. 2∼5위는 △원-달러 환율 폭등(원화가치 폭락) △금융시장 패닉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락 △실물경기 침체가 선정됐다.
이번 조사에는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장,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방기열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오상봉 산업연구원장,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장,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최홍건 중소기업연구원장,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가나다순)이 참여했다고 ‘월간 전경련’ 측은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