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트]‘값싼 장기임대’ 오피스 생겨날 듯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한국의 상업용 건물(오피스) 시장은 임대차나 매매시장에서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려 왔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오피스는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이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형 오피스의 평당 매매가격이 2000만 원을 넘기도 했고, 앞으로 강남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오피스빌딩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이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금융회사나 대기업들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피스 매물이 대거 쏟아졌고 이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형 오피스는 1%대의 낮은 공실률을 보이면서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해왔지만 이젠 경기침체로 공실률도 늘고 임대료도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주요 오피스지역의 임차인이 경제위기로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라는 점이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Finance) 보험(Insurance) 부동산건설(Real Estate) 산업은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려온 대표적인 분야다. 이들 산업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불꽃(FIRE) 산업’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이 전체 오피스빌딩 임차인의 80%를 넘는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사무실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정보기술(IT)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그 비중이 주요 지역 오피스의 8% 정도에 불과하다.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서 주요 수요자가 아니다. 게다가 IT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한 구로 가산 영등포와 경기 성남 등으로 빠져나갔다. 임대료가 비싼 지역을 피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한 결과다.

실제로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오피스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아파트형 공장 같은 저렴한 오피스에 입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최근 서울에선 신규 오피스 공급물량의 3분의 1 정도가 외곽지역에서 나왔다. 도심 외곽의 오피스시장에는 수요도 꽤 있고 공급도 적정 수준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불황의 충격은 외곽지역보다 전통적 오피스 중심지인 도심 상업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임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고 단기 임차보다는 장기 임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생길 것이다. 한국은 1∼2년 단위 임대차계약이 많지만 외국에서는 5년에서 10년 임대차가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장기 임대차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는 매각하거나 임차로 돌려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다. 불황기에는 고정자산을 처분해 유동화하는 것이 최선의 자산운용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영 부동산114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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