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입 열면 늦다” 불만 예방 시대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구이 시식코너에 환기통… 채팅 상담… 택배 당일 수거… 車 고장전 점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지난달 지하 슈퍼마켓 시식코너에 고기구이집에서나 볼 수 있는 굴뚝 모양의 환기통을 설치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사실 시식코너에서 고기를 구울 때 나는 냄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한 소비자는 없었지만 불만 예방 차원에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호 생식품 담당 과장은 “막상 환기통을 설치하고 나니 ‘그동안 고기 냄새가 싫었는데 잘했다’며 격려하는 고객이 많아 놀랐다”고 전했다.

불황에 단골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에 앞서 아예 불만 요인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불만 예방’ 프로그램도 있다.

○ 백화점, 불만 예방 경쟁

소비자 접촉이 많은 백화점 업계의 움직임이 우선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환기통을 설치하기 직전 푸드코트에 지정좌석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백화점 측이 고객들이 식판을 들고 빈자리를 찾는 것에 불편을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들은 이 백화점이 올해 10월부터 시작한 ‘순추천고객지수(NPS)’ 조사에 따른 것이다. NPS는 간단한 질문들로 고객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조사 기법이다.

롯데백화점은 9월 말부터 ‘원트 슬립(Want Slip·고객 희망 메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고객이 ‘공식 경로’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직원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말하더라도 이를 꼼꼼히 적어 백화점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과거 사례에 비춰 월별로 많이 발생하는 불만을 미리 사원들에게 알려주고 같은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월별 불만 사전 예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에도 ‘고객의 소리 사전 예보제’라는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

애경백화점은 1년에 80명가량의 고객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직원이 ‘대면(對面) 면담’을 하고 있다. 애경백화점 관계자는 “4%의 고객은 불만을 이야기하지만 96%의 고객은 말없이 떠난다”며 “말없는 96%의 불만을 미리 발견해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사전 교육, 멤버십 클럽 운영으로도

자동차, 택배, 항공사 등도 불만 관리와 예방에 적극적이다. 트랙터와 덤프트럭을 판매하는 스카니아코리아는 차량을 인도할 때 고객들에게 ‘출하 교육’을 하고 2만 km 주행 이전에 ‘추가 교육’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올바른 운전 방법을 미리 알려줘 제품 사용 중 일어날 수 있는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의도다.

GM대우자동차는 7월부터 자사(自社)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참클럽 회원이 되면 주행거리 2만 km마다 20가지의 정밀 무상 점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고장 전에 점검한다는 취지다.

대한항공은 4월부터 홈페이지에서 ‘채팅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 가입 절차가 없어도 인터넷에서 채팅으로 이용 상담이나 질의를 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자동응답서비스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데다 젊은 소비자들이 전화에 비해 부담을 덜 느껴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한진택배는 8월부터 ‘당일 집하(集荷) 서비스’를 시작했다. 설문조사 결과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불만 대부분이 ‘집하 약속 시간 불이행’에서 온다는 것을 파악하고 아예 주문한 날 물건을 받아 불만 제기의 여지를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서비스 시행 전보다 개인 주문이 81%나 늘어나는 효과도 거뒀다”고 전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