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으로 대주주 불법 대출사고 메워준 셈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약 11년간 부실 상호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이 8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보험기금이 저축은행에 지원한 돈을 합하면 11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사(私)금고처럼 이용하다 부실화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떼어먹은 돈을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셈이다.
○ 저축은행 투입 공적자금 8조5000억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돈으로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지금까지 106개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금 대지급(7조3000억 원) 자산 매입(6000억 원) 출연(4000억 원) 부실채권 매입(2000억 원)에 쓰였다.
예보기금은 저축은행에 출연, 보험금 지급, 대출 등의 방식으로 2조9500억 원이 투입됐다. 예보기금은 저축은행들이 낸 보험료로 적립되며 예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쓰인다. 8월 말 현재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은 2조2000억 원 정도 적자가 나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계정에서 돈을 빌려 유지되고 있다.
공적자금 등이 투입된 저축은행은 청산되거나 다른 저축은행에 인수됐다. 이에 따라 1997년 말 231개였던 저축은행은 현재 106개로 줄었다.
○ 계속되는 도덕적 해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일부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26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전북상호저축은행의 대주주 이모 씨는 자신의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을 사업자금, 건물 신축 등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씨는 수십 개의 타인 계좌로 500억 원 정도의 대출을 받았고 이렇게 나간 불법 대출은 저축은행의 부실로 잡혔다.
상반기 중 영업정지를 받은 경기 분당저축은행과 전북 현대저축은행에서도 각각 320억 원, 370억 원의 대주주 관련 불법대출이 적발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밑으로 떨어져 올해 적기시정 조치를 받고 인수합병(M&A) 대상이 된 다른 4개 저축은행에서도 불법대출 문제가 있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대주주들은 타인 명의 통장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불법대출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앞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대주주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벌이는 등 감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또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저축은행들의 9월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나 높아졌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