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의 본계약 체결이 한화 측의 요청으로 한 달가량 연기됐다.
그러나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이 만만치 않은 데다 매입 가격을 놓고 산은과 한화 양측의 줄다리기 협상이 남아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로 예정된 본계약 체결을 내년 1월 말까지로 연장하고, 한화 보유 자산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협력할 수 있다는 산은의 입장 발표는 한화 측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조치인 동시에 공을 떠안았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28일 발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산은이 한화의 보유 자산을 매입해 한화의 자금 조달에 협조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내년 3월 말까지 6조 원가량의 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한화는 최근 산은에 분할 납부를 요청할 정도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한화는 갖고 있는 현금 2조 원 외에 대한생명 주식, 시흥 군자매립지, 장교빌딩 등 보유자산 매각, 은행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자산 가치 자체가 크게 하락한 데다 그나마 매수자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산은은 이날 당초 한화가 요구했던 ‘매매 대금 지급 조건 완화’에 대해선 “매매 대금 완납일은 MOU에 따라 내년 3월 30일이며 분납 요구 수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아 한화로서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형편이다.
또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 ‘본계약 전 실사’나 ‘본계약 후 부실 발견 시 보전 장치 마련’ 등에 대한 한화 측 요구에 대해서도 산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산은이 우리가 보유한 부동산 등을 매입해 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면서도 “하지만 대금 지급 조건 완화나 실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록 본계약 체결까지 1개월의 시간을 벌긴 했지만 한화로선 여전히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산은이 상당 부분 한화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한화가 3월 말까지 자금 조달을 모두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한화가 계약 파기를 볼모로 내걸면서 대금 분납 등 더욱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