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딜레마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산업銀-상하이車“먼저 지원하면 우리도…”

파산 후폭풍 - 기술 유출의혹 놓고 기싸움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 지원을 둘러싸고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기(氣) 싸움’이 치열하다.

장즈웨이(蔣志偉) 상하이차 부회장의 26일 산업은행 방문 결과는 이 같은 양측의 견해차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상하이차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치고 산은을 압박하고 있고 산은은 ‘상하이차가 먼저 32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계 일각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이 같은 모습이 마치 ‘죄수의 딜레마’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로의 이익만 챙기려다 양측 모두 패자(敗者)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차는 표면적으로는 한국에서 철수해도 아쉬울 게 없다지만 속내는 그렇지만은 않다.

상하이차로서는 검찰의 ‘쌍용차 하이브리드 기술 유출 의혹’ 사건 수사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검찰이 7월부터 이 사건을 반년째 수사하고 있어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술 유출로 판명나면 각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자동차 회사 인수 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상하이차는 해외 선진국 자동차 회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스웨덴의 볼보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쌍용차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는 것과 아닌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쌍용차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면 ‘정치적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청산에 나선다면 그 같은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은도 ‘파국’이라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려는 눈치다. 쌍용차가 파산하게 되면 쌍용차에 대출해 준 2300억 원은 부실채권이 된다. 사회적 파장은 더욱 크다. 7500여 명의 쌍용차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250여 개 1차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할 수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호 신뢰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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