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車업계 先구조조정-後지원”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경영 악화땐 정부 직접 나설 것” 분석도

한국산업은행 등 은행들이 유동성 문제로 곤란을 겪는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완성차 업체에 대해 자금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완성차 업체에 대해 채권단 중심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선(先)구조조정, 후(後)지원’을 자금 지원의 원칙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사정이 더 악화되면 한국 정부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완성차 업체 및 할부금융사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대한 지원은 채권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식경제부와 연계해 산업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한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상황이 급박한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의 장즈웨이 부회장은 26일 지식경제부에 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방문해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쌍용차가 중국은행(BOC), 중국공상은행(ICBC)과 각각 1000억 원씩 맺은 신용공여 한도에 대해 상하이차가 보증을 해주고 1200억 원에 이르는 자동차 기술개발 부담금을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은 “상하이차가 쌍용차에 주기로 한 연구개발비의 지급 등 성의 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산은이 먼저 지원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GM대우의 경우 2002년에 금융권과 맺은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를 최근 신청해 긴급 자금 용도로 쓰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의 한도는 6억 달러 정도가 남아 있다. 산은의 정 부행장은 “GM대우가 아직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요청이 오면 심사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자동차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방침이고 르노삼성 역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손을 내밀지 않은 상태다.

은행권의 지원과 별개로 금융당국은 할부금융업체(캐피털)의 자금 조달 악화로 자동차 판매가 더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할부금융채를 적극 매입할 계획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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