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대출 문턱… 서민 사채 피해 우려

  • 입력 2008년 12월 29일 02시 58분


신한銀주택담보대출

1억 이상은 본점 심사

공무원 신용대출 한도

1억→5000만원 축소

하나銀고객 신용등급

7, 8등급땐 대출 거부

은행들이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려고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들이 자주 찾는 카드회사와 대부업체도 자금 부족으로 대출을 줄여 가계의 ‘돈 가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1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본점의 승인을 받도록 전 영업점에 지시하는 등 주택 관련 대출의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도 줄였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엘리트론’은 한도를 최고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의사에게 대출해 주는 ‘닥터론’ 한도는 2억 원에서 1억2000만 원으로 축소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심사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줄을 조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과 같은 집단대출을 할 때 사업성을 엄격히 평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자체 신용등급 1∼10등급 중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출해 주던 7, 8등급 고객에 대한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캐피털사) 등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캐피털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9월 7482억 원에서 11월 1150억 원으로 줄었고 카드사도 9월 8600억 원에서 11월 2430억 원으로 감소했다.

카드회사들은 결제 한도와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카드론 매출이 10월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도 대출 부실을 우려해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은 피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밀려 온 신용대출 고객이 늘고 있지만 신규 대출은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대출도 빠르게 줄고 있다. 대부소비자금융협회에 따르면 45개 중대형 대부업체의 신규대출은 7월 1886억 원에서 10월 885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협회 측은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에서 자금 조달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경기가 나빠져 연체가 심해질 것이라는 점도 대출을 줄이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급한 서민들은 결국 당국의 감독권 밖에 있는 ‘미등록 사채업체’에 손을 벌리다가 불법 고금리 대출이나 악덕 채권 추심, 대출 사기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사금융피해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37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늘었다. 금감원은 “급전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이는 사기단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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