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자금 수혈 좌절…벼랑끝의 C&중공업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1조원 추가지원도 가능성 적어

중소 조선업계 연쇄도산 우려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C&중공업이 150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못 받게 되면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 시설 자금과 선수금 환급 보증(RG)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희박해 조선업계에서는 회사 청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 ‘빨간 불’이 켜진 C&중공업

채권단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C&중공업은 긴급 자금 지원이 거부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회사는 당장 첫 배 진수에 필요한 ‘플로팅 도크(육상에서 건조한 배를 해상에 띄우는 시설)’ 대금을 중국 제조회사 측에 제때 주지 못해 시설을 몰수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협력업체에 줘야 할 돈도 체불돼 있는 상황에서 긴급 자금이 수혈되지 않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C&중공업이 워크아웃 신청 시 추가로 요구한 시설자금 1450억 원과 RG 8억7500만 달러(약 1조1375억 원) 등 다른 부문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채권단의 긴급 자금 지원 거부는 우리은행 등 일반 대출 채권단과 C&중공업의 RG를 서서 의결권 비율이 51.5%에 달하는 메리츠화재가 자금 지원 부담비율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등은 대출 기능이 없는 수출보험공사를 빼면 메리츠화재가 자금 지원 때 76%를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메리츠 화재는 보증 채권은 일반 대출과는 성격이 다르므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대출 채권단의 주장대로라면 메리츠화재는 C&중공업이 요구하는 시설자금 1450억 원과 RG 8억7500만 달러 등 다른 지원금액에 대해서도 75% 정도 부담해야 한다.

150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에도 의견 일치를 못 보는 채권단이 1조 원이 넘는 추가 지원에 의견 접근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 중소 조선소 20여개 유동성 위기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 조선회사들은 C&중공업처럼 RG 채무 비율이 일반 대출 채무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메리츠화재와 같은 RG 채권기관이 거부하면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소 조선소 중 20여 개가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중소조선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C&중공업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워크아웃 신청은 해답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회사 관계자는 “RG 보증채권에 대해 일반 대출채권과 동일하게 평가해야 하는지, RG보증채권을 별도로 구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11월 27일 워크아웃 신청

▽12월 3일 채권단, C&중공업 워크아웃 받아들이기로 결정

▽12월 9일 채권단, 긴급 자금 지원 관련 1차 회의에서 결론 못 내려

▽12월 19일 채권단, 2차 회의에서도 결론 못 내려

▽12월 29일 채권단, 긴급자금 지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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