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우롱 피노키오CEO 속출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美 올 금융위기속 거짓말 - 빗나간 경제전망 쏟아내

매각된 베어스턴스 前 CEO 수일 전까지 “전혀 문제없다”

리먼브러더스 최고재무담당 “자금 충분” 하이파이브 연출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월가(街) 최고의 거짓말쟁이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가 망하기 며칠 전까지도 “전혀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했다가 굴욕을 당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올 한 해 수많은 CEO와 경제전문가들이 거짓 전망이나 틀린 예측을 내놨다.

최근 비즈니스위크와 포린폴리시, 뉴욕타임스 등은 잇달아 이런 문제점을 정리했다. “틀린 예측이 올해처럼 많이 나온 적도 없었다”는 비아냥거림이 섞였다.

○ “아무 문제 없다니까요”

기대감이나 희망이 투영된 사례가 가장 많다. 발언자의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지난해 말 보도자료에서 “기존주택 판매가 2008년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여름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상황에서 추가로 이어질 부정적인 신호를 외면한 결과였다. 약 1년 뒤인 올해 11월 기존주택 판매 실적은 11% 감소했다.

억만장자 석유투자자인 분 피켄스 씨는 6월 “국제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는 현재 30달러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경제 예측 전문가들도 잇따라 오판했다. 금융 애널리스트인 비얀 모아자미 씨는 “AIG가 2분기(4∼6월)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했지만 이 회사는 올해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투자 전문지 편집장인 리처드 밴드 씨는 3월 “힘차게 오래 지속될 주식 상승기가 오니 신념을 갖고 주식을 보유하라”고 적었다.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정책 담당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월 “글로벌 은행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씨티그룹 등이 줄줄이 휘청거리는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금융위원장은 7월 “프레디맥과 패니메이는 기초가 튼튼해서 잘못될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두 회사에 1000억 달러씩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명백한 거짓말도 있었다.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출신인 버나드 매도프 씨는 지난해 10월 “현재 규제환경에서 금융감독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금융감독 규정을 무시하다가 올해 50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 남는 것은 후회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회사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CEO들의 거짓말은 주주와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다.

와코비아은행의 로버트 스틸 CEO는 회사가 주당 1달러에 매각되기 2주 전 CNBC에 출연해 “독립회사로서 밝은 미래가 있다”고 큰소리쳤다. 올해초 리먼브러더스의 에린 캘런 당시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문제의 발언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에 우리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또 “회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일 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스틸 전 CEO를 출연시켰던 CNBC 프로그램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 씨는 9월 방송에서 “내가 멍청해서 25년간 절친한 사이였던 사람한테 이용당했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앞서 베어스턴스가 무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노(no)! 노! 노!”를 반복하며 “문제없으니 절대로 돈을 빼지 말라”고 했다가 비난에 시달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