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지금 가장 필요한 건 실질적 고용대책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세계 각국의 내년 고용 전망이 암울하다. 미국과 서유럽의 실업률은 8%, 러시아와 동유럽은 10%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점점 현실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서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했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저임노동자)들이 일거리가 없어 귀향할 조짐을 보이자 각 성(省) 정부가 농촌 실업을 우려해 이들의 귀환을 막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러시아는 변변한 제조업이 없어 고용이 쉽게 흔들리는 데다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입하는 생필품의 가격이 높아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인기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고용 악화는 경기순환에서 가장 혹독한 상황에 발생한다. 경기가 고점에 이르면 팽창하던 ‘부의 효과’가 한계에 이르면서 실질 소비가 줄고, 이어서 도소매 판매와 설비투자가 감소한 뒤 마지막으로 실업 문제가 나타난다. 이때 고용이 줄어들면 다시 소비가 위축되고 위축된 소비는 다시 실업을 양산하기 때문에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이 경우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공공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늘리는 데 주력하게 된다. 이렇게 호황기에는 민간 부문이, 불황기에는 공공 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경기순환 모델이다.

하지만 이번 경제위기에는 공공 부문을 확대하는 전통적 대응방식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엔 산업의 구조조정 사이클에 따라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양상을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신용위기로 발생한 경제위기의 중심에 고용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모기지 부실이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실업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즉 아직 담보가치가 충분한 주택소유자도 실업이나 장기간의 고용불안으로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이 문제는 주택금융뿐 아니라 오토론, 신용카드 리볼빙 등으로 번지면서 고용불안에 의해 촉발되는 2차 신용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중산층의 실업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제품에 대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신흥국에서 대규모 도산과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 중국과 동유럽의 실업은 그러한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역시 기업의 부도로 실업이 증가하거나 자영업의 상황이 악화되면 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고용유지 대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계기업의 확실한 구조조정과 회생 가능한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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