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서울 모터쇼 외면하는 수입차들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업계가 신음하면서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모터쇼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5개 회사는 모두 참가하기로 했지만 일부 수입차 회사들이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30개에 이르는 수입차 브랜드 중 BMW 볼보 GM 포르셰 미쓰비시 등이 불참을 사실상 확정했고 3, 4개 회사는 눈치를 보며 참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입차 회사들은 판매가 줄어든 데다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손실이 커지고 있어 상당수 브랜드가 올해 큰 적자를 볼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참가에 10억 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경제논리로 볼 때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적자인 상황에서 효과가 불투명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모터쇼 참가가 꼭 경제논리로만 설명되는 것일까요. 모터쇼는 비즈니스 성격도 있지만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는 일종의 ‘쇼’입니다. 서비스의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죠. 특히 모터쇼는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의 단체관람도 많습니다. 멋진 자동차를 보면서 다양한 꿈을 키우고 디자인 감각도 높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선두권에 있는 자동차 회사들은 분명히 ‘책임’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BMW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판매에서 선두를 달렸고 매출액에서는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BMW는 소비자들 덕분에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도 있겠죠. 당장은 힘들어도 소비자와 어린이, 청소년에게 베풀어야 할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BMW가 사정이 어렵고 최근에 내놓은 신형 ‘7시리즈’의 마케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한 것은 곱게만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포르셰도 그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쌍용차도 모터쇼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망하는 순간까지도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이 생명력 아닐까요.

허완 서울모터쇼 사무총장은 “서울모터쇼에는 불참하고 같은 달 열리는 중국 상하이모터쇼에는 참가하는 일부 수입차 회사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좋은 봄날만 향유하다 찬바람이 분다고 떠나는 회사를 소비자는 분명히 기억할 것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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