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객들 “불쾌하다” 항의에 창구직원 ‘쩔쩔’
금융회사의 고객확인 의무를 강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에 관한 법률(자금세탁방지법)’ 개정안이 22일 시행됐다.
비자금 조성과 테러 지원 등을 막기 위한 법이지만 이 제도를 모른 채 창구를 찾은 일부 고객은 ‘지나친 개인 정보 요구’라며 항의하기도 해 은행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이 바뀌기 전 은행 고객들은 계좌를 열 때 신분증만 보여주면 됐지만 강화된 법은 신분증뿐 아니라 직업 직위 등까지 추가로 확인하도록 했다. 특히 하루 2000만 원 이상 또는 1만 달러 이상을 송금할 때는 자금의 출처와 사용 목적까지 밝혀야 한다.
이 제도로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각 시중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들.
주로 부자들로 거액 거래가 많은 PB 고객들에게 돈의 출처를 물으면 고객들이 불쾌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 PB는 “돈이 대충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 있을 때는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적당히 정보를 입력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이 적지 않자 은행들은 바뀐 제도를 널리 알리고 취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매매 증명서, 납세 증명서 등을 요구해 자금출처를 확인하는 등 한국보다 복잡한 고객확인 절차를 거친다”며 “번거롭긴 하지만 필요한 제도인 만큼 앞으로 한국의 자금세탁방지법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