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2009 세계 증시, 美주택경기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상속녀인 캐롤라인 씨가 미국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모양이다. 그녀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른 미국인들처럼 집을 잃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아직은 남편이 직장에 다녀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씨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대부분의’ 미국인이 주택과 직장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그만큼 심각한 지경이고 고용시장도 더 악화되고 있다. 그러니 2009년 주식시장 회복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석유 및 원자재 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는 2009년 주식시장을 밝게 해주는 재료지만 걷히지 않고 있는 어두운 부분이 주택시장이다. 대출경색(Credit Trouble)이 여전히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있다. 초우량 고객에게만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데 대출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대출 자격자가 별로 없다. 당국이 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의 실질적 대출금리는 올라간 것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받은 은행들이 왜 아직도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일까.

최근 골드만삭스의 재무담당 임원은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 3개월간 투자적격등급의 회사채 가격지수는 5개사 중 1개사의 파산을 예고하고 있으며, 상업용 빌딩 가격지수는 상업용 모기지 채권의 60%가 만기 전에 채무불이행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이 증가하니 신용카드, 자동차론, 학자금 대출도 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은행들이 겁이 나서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모기지 대출금리(30년 만기)는 5%까지 떨어져 지난 40년 이래 최저수준이고 2003년 본격적인 주가 상승 랠리를 시작한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금리는 이만하면 충분하게 떨어졌으나 계약금(down payment)이 문제다.

과거에는 주택가격의 5%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있으면 주택가격의 95%를 대출해 줬지만 이제는 25%의 계약금을 마련해야 75%의 대출을 해준다. 대출자격을 갖춘 실질 주택 수요자들도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매입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최근 미국에서는 주택시장 조기 안정을 위해 주택시장을 국유화하고 모기지 대출을 정부 출자로 전환해 대출이자 부담을 대폭 줄여주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에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은행이 대출을 꺼린다면 정부가 은행에 돈을 아무리 공급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국 시중은행들의 대출 태도도 미국 은행과 비슷하다.

더는 금융시스템을 시장기능에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만간 미국 정부가 직접 대출에 대한 보증을 해주거나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본격적 개입이 예상된다.

2009년 전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의 주택경기에 달렸다. 주택시장의 안정이 모든 실물경기의 선도지표다. 주택시장 악화는 ‘소비 악화→제조업 경기 악화→실업 증가→주택시장 악화’의 악순환이 되고, 주택시장 안정은 ‘소비 증가→제조업 경기 호전→고용 증가→주택시장 회복’의 선순환이 된다. 아직 주택시장 개선지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11월 지표에서는 여전히 가격이 하락했고, 판매량도 감소했다.

그런데 12월 들어 미국의 주택시장에 희망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12월 모기지 대출 신청건수가 150%나 증가했다. 대부분의 주택금융 상담 컨설턴트도 적극적으로 저금리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주택매입 추천으로 돌아섰다.

내년 1월에 발표되는 12월 주택시장 지표에선 개선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머지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임을 알리는 트럼펫이 될 것이며,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본격적인 경기회복 지표들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