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뛴다]<上>SK건설·SK네트웍스

  • 입력 2009년 1월 1일 00시 11분


쿠웨이트 석유화학공단인 슈아이바 내 KPPC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맡고 있는 SK건설 직원들이 새해에도 한국을 플랜트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SK건설은 이 공사를 포함해 쿠웨이트에서 현재 모두 5개 플랜트 건설을 맡고 있는 등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쿠웨이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디=김유영 기자
쿠웨이트 석유화학공단인 슈아이바 내 KPPC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맡고 있는 SK건설 직원들이 새해에도 한국을 플랜트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SK건설은 이 공사를 포함해 쿠웨이트에서 현재 모두 5개 플랜트 건설을 맡고 있는 등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쿠웨이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디=김유영 기자
터키 코루에 위치한 ‘대양SK네트웍스 메탈’ 공장에서 한국인과 터키인 근로자들이 가전제품용 스테인리스강이 생산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공장은 SK네트웍스가 스테인리스강 제조기업인 대양금속의 터키 공장 지분 30%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터키를 전초기지로 삼고 유럽과 아프리카에 스테인리스를 수출할 계획이다. 코루=김유영 기자
터키 코루에 위치한 ‘대양SK네트웍스 메탈’ 공장에서 한국인과 터키인 근로자들이 가전제품용 스테인리스강이 생산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공장은 SK네트웍스가 스테인리스강 제조기업인 대양금속의 터키 공장 지분 30%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터키를 전초기지로 삼고 유럽과 아프리카에 스테인리스를 수출할 계획이다. 코루=김유영 기자
한국은 지금… 수출영토 확장 중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한 해는 실물경제가 전례 없는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국내와 해외 곳곳에서 생산현장의 활기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인 수출산업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위기에 움츠러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 중남미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역경과 맞서 싸우면서 불황을 기회로 삼으려는 한국 기업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그 땀과 투지의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SK건설, 플랜트 기술력과 납기엄수… 쿠웨이트서 독보적 입지

○ 수출 한국의 일등 공신, 플랜트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아마디 석유화학공단인 슈아이바. 공단은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거렸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회사의 KPPC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 현장에는 SK 로고가 붙은 철탑이 우뚝 서있었다. 130m 높이로 이 일대 공장의 철탑 중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이 철탑은 촉매 반응탑으로 인근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벤젠과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한다.

이곳은 SK건설이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회사의 발주를 받아 건설하는 KPPC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 현장이다. 공사 규모는 12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공사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철탑 꼭대기에 오르자 석유의 저장고로 불리는 걸프해를 뒤로하고 수십 개의 철탑과 저장탱크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SK건설 현장은 배관과 외장 마무리 공사가 한창으로 대부분의 시설물이 매끈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반면에 바로 옆 SK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플랜트 공사에 참가한 이탈리아 테크니몽사 현장에는 여전히 크레인이 가동 중이고 곳곳에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튀어나와 있었다.

이병증 SK건설 KPPC 아로마틱스 현장소장은 “테크니몽사는 3개월 먼저 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사 진척은 1, 2개월 늦었다”며 “플랜트는 기술 집약적인 시설물로 ‘플랜트 강국’ 한국의 강점과 ‘빨리빨리’ 문화가 보태져 이뤄졌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는 인도 파키스탄 등 제3국 근로자들이 각종 구조물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상오 SK건설 해외사업담당 상무는 이를 가리키며 “예전에는 한국 근로자들이 했던 일”이라며 “지금은 한국인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 100여 명이 인도 파키스탄 등 제3국 노동자 3000여 명을 이끌고 있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이던 1970, 80년대에는 국내 건설사가 외국 건설사의 하청을 받아 단순 시공을 했지만, 지금은 국내 건설사가 외국 건설사를 제치고 공사를 직접 따내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구매·시공 일괄 공사(EPC)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SK건설이 쿠웨이트에 진출한 것은 1994년. 프로판 저장 탱크 공사가 첫 사업이었다. 당시 SK건설은 쿠웨이트에서 고만고만한 외국계 건설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SK건설은 쿠웨이트에서 이 공사 외에도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공사(12억2100만 달러), GC-24 원유집하시설 공사(6억2400만 달러), 제4가스분류설비 공사(7억 달러), 알주루 신규 정유공장 공사(20억6000만 달러) 등 5개를 맡고 있다.

SK건설이 외국 건설사에 깐깐하게 공사를 맡기기로 유명한 쿠웨이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침공을 받은 이라크가 2003년 3월 19일 오전 4시 쿠웨이트를 보복 공격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위협을 느낀 외국 건설업체들은 현장을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SK건설은 납기(納期)를 지키기 위해 선전포고 당일까지 건설 현장을 지켰고 오전 3시 전세기를 띄워 근로자를 대피시켰다.

이후 19일 만에 현장에 가장 먼저 복귀한 건설사도 SK건설이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화학회사 압둘라술 자파르 프로젝트 매니저는 “SK건설은 한번 맡은 공사는 끝까지 책임지는 데다 품질 경쟁력도 높아 쿠웨이트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유수의 건설사보다도 한 수 위”라고 치켜세웠다.

SK네트웍스, 종합상사 전통모델 탈피… 터키서 철강제품 직접 생산

○ 종합상사의 변신

종합상사인 SK네트웍스는 수수료만 받고 물건을 수출하는 전통적인 종합상사 모델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 등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130km가량 떨어진 코루 주 ‘대양SK네트웍스메탈’ 공장.

공장 내 압연기에서는 두께가 얇은 스테인리스강이 줄줄이 뽑아져 나오고 있었다. 미국 가전회사인 월풀 식기세척기에 들어갈 시제품(試製品)이다.

이는 35년 동안 스테인리스강을 제조한 대양금속의 노하우와 SK네트웍스의 판로 개척이 ‘찰떡궁합’을 이뤄 최근 1년간 가전업체인 월풀의 문을 수없이 두드린 결과가 결실을 본 것이다.

SK네트웍스는 2007년 5월 대양금속 터키 공장의 지분을 30%(370억 원) 투자하고 구매 및 마케팅을 담당할 김용석 이사를 파견했다.

통상 제조업체의 물건을 내다파는 종합상사가 제조업에까지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SK네트웍스 측은 “포스코 등 국내 철강제품을 세계 각지로 판매하는 SK네트웍스는 유럽에서 반(反)덤핑 관세 판정 등 각종 통상 분쟁에 종종 부딪쳤다”며 “궁리 끝에 제3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비(非)관세장벽’을 넘을 수 있다는 묘안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유럽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유럽권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아 시장규모도 큰 터키가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김용석 대양SK네트웍스메탈 이사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지 판로를 뚫을 방법이 있다”며 “터키를 전초기지로 삼고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양SK네트웍스메탈은 포스코 한국 공장 등에서 원자재를 대량 들여와 터키공장에서 스테인리스강을 만든다. 이후 이를 SK네트웍스의 독일 법인에 판매하면 SK네트웍스의 독일 법인이 월풀 유럽 법인에 판매하게 된다.

주종대 대양SK네트웍스메탈 공장장은 “포스코로부터 구입하는 원자재 자금은 SK네트웍스 본사가 지급하고, 마찬가지로 월풀에 판매하는 대금 지급도 납품과 동시에 이뤄져 비교적 자금력이 약한 중견기업으로서는 유동성을 상시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종합상사도 수출 영토를 끊임없이 넓히고 있다.

건축 자재용 철강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SK네트웍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사는 최근 제벨 알리 경제자유무역지역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두바이 지사 한국인 직원 2명이 오가며 영업하는 이른바 ‘꼬마 법인’이다.

최근 두바이 건설 경기 침체로 각종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수요가 줄자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단순히 대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아예 법인을 통해 현지 사업자처럼 내수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유정수 SK네트웍스 두바이지사장은 “종합상사의 사업 방식은 바뀌어도 수출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종합상사의 역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디·코루·두바이=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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