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모양 저금통과 휴대전화 고리, 젖소 무늬 옷, 소 그림 시계 따위의 다양한 소 관련 제품을 팔기도 하고 소띠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상술(商術)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이런 ‘띠 마케팅’이 늘 효과를 거두는 것을 보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해가 바뀔 때마다 뭔가 ‘기념’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소띠 해’가 아니더라도 2009년에는 기념할 만한 일이 많습니다. 가령 2009년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지 100년 되는 해입니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가 ‘좁은 문’을 발표한 지도 100년째입니다.
화가 폴 세잔은 2009년에 죽은 지 100년이 됩니다.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40주기,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20주기입니다. 10년을 단위로 명사의 죽음을 헤아리자면 끝이 없습니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누군가는 태어난 지 10년이나 20년일 테고 누군가는 결혼 20주년이나 30주년일 것입니다. 따져보면 별로 특이할 것도, 그렇다고 특이하지 않을 것도 없는 2009년입니다.
그래도 저는 12년마다 한 번 찾아오는 ‘소의 해’라는 데 2009년의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아시는 대로 설화 속의 소는 부지런함의 상징입니다. 비록 약삭빠른 쥐에게 1등을 빼앗기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나 출발하는 짐승이 소입니다. 개인적으로 설화 속 소를 좋아하는 것은 “나는 느리다”는 점을 아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부지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요즘처럼 경제 환경이 불안한 시기에는 소처럼 ‘스스로를 아는 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조건적인 절약이나 비용 절감, 또는 지나친 소비나 투자 모두 미덕은 아닙니다. 소비자든 기업이든 ‘스스로를 아는 만큼’ 합리적이고도 유용한 소비생활과 경제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경제가 ‘소걸음’처럼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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