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버핏 스승도 저평가株만 권했다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시장의 움직임이 어리석으면 어리석을수록, 합리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따르라. 그러면 어리석음에 휩쓸리지 않고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 제4판 서문, 1973년, 워런 버핏)》

“인생에 있어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영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나의 영웅이었다.”(워런 버핏)

버핏은 자신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사람으로 스승이었던 벤저민 그레이엄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버핏의 친구 월터 슐로스라는 또 다른 저명한 가치투자자는 “버핏의 가치투자 인생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버핏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마치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로 얻는 듯했다고 말한 바 있다.

청년 버핏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학부과정을 다닌 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불합격했다. 그후 그레이엄 교수가 있던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함으로써 버핏과 그레이엄의 만남은 시작됐다.

버핏의 스승이었던 그레이엄은 컬럼비아대 졸업성적이 전체에서 2등일 정도로 수재였다. 그레이엄은 지금까지도 가치투자의 가장 좋은 교재라고 할 수 있는 ‘증권분석’을 대공황을 겪은 이후인 1934년에 735쪽의 분량으로 출간했다.

그레이엄은 대학교수로서 가치투자이론을 처음으로 체계화해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책 출간뿐 아니라 투자회사를 차려 성공적인 투자자의 길도 걸었다.

그는 초기에 활동했던 대공황 시기에 증시 대폭락(1929∼1930년)으로 2년 동안 총 운용자산의 70%를 잃었다. 이후 그는 경기침체기에 자산을 보호해줄 방법을 모색해 가치투자이론을 체계화했다. 실제로 그가 운용했던 ‘그레이엄 뉴먼 코퍼레이션’은 1936년 이후 약 20년 동안 매년 21%의 배당을 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이론은 지금처럼 대공황을 우려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기에 투자자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투자이론이다.

그레이엄 투자이론의 핵심은 기업의 청산가치 이하로 충분히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투기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과 ‘저평가 시 매입’을 투자원칙으로 삼았다.

오늘날까지도 가치투자의 기초개념으로 소개되는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기초로 원금의 안정성과 적정한 수익을 약속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모든 투자자가 가슴에 새겨야 하는 조언이 아닌가 싶다. 이 말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기초로 해야 한다. 남의 말 한마디에 주식투자를 하거나, 그래프를 보고 오르는 종목에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투자하는 소위 ‘묻지 마 투자’를 경계하는 말이다. 그레이엄은 묻지 마 투자는 진정한 의미의 투자라고 할 수 없으며 투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둘째, 원금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투자해야 한다. 분석에 기초해 기업가치를 판단한 뒤 충분히 안전할 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청산가치보다도 50% 가까이 저평가되었을 때 매입한 뒤 장기 보유해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 최근의 증시상황도 주가가 크게 하락해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장기투자하기 좋은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적정한 수익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적정하지 않은 막연한 고수익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과도 통한다. 즉, 투자하려는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막연히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투기일 뿐이다.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차이에 따라 적정한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이며, 이것을 복리 개념으로 장기 투자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이 워런 버핏이다.

그레이엄은 모든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성장성, 경영능력, 기술력, 원가경쟁력 등 질적인 요소는 고려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저평가주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주가가 주당 순현금성 자산 가치의 70% 이하일 때 사라. 이 기준은 설사 회사가 청산한다 하더라도 주주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주가 이상이라는 뜻이다. 현재와 같은 하락장세에서 유용한 지표 중 하나다.

둘째, 주가수익률이 우량채권 금리의 2배 이상인 주식을 사라. 주가수익률은 주가 대비 주당순이익으로 채권의 금리(채권수익률)와 비교할 수 있다. 이 기준으로 주당순이익이 높은 기업에 장기투자하면 결국 주가는 이익을 반영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우량채권 금리의 70% 이상이면 사라. 현재 주가 하락으로 시가배당수익률은 크게 상승했고, 은행채 등 우량채권금리는 하락했다. 배당수익률이 4% 이상이면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의 예는 위의 그래픽과 같다. 지표상 두 기업 모두 현재와 같은 주가 하락기에 가치투자를 하기 좋은 사례로 판단된다.

○ 그레이엄의 저평가株판단 3가지 기준

① 주가가 주당 순현금성 자산 가치의 70% 이하일 때

② 주가수익률이 우량채권 금리의 2배 이상일 때

③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우량채권 금리의 70% 이상일 때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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