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선 ‘바닥론’ 빗나갈때 많아 기대 금물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자 일부 증권사가 조심스럽게 ‘바닥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하는 투자 패턴이 나타나는 데다 조선 건설 등 구조조정 공포에 휩싸였던 업종에서도 선별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은 전기전자(4875억 원·순매수액 기준), 철강금속(3473억 원), 유통(1313억 원), 운수장비(1119억 원) 업종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대부분 경기 전망이 안 좋을 때 주가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경기민감주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순매도를 많이 한 업종에는 통신업, 음식료업 등 경기방어주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경기를 덜 타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방어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외국인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경기회복기를 준비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조선 건설 등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의 ‘대수술’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가운데 최근 대형 조선주와 건설주가 다시 선별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 각 업종 1등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것도 역설적으로 바닥을 알리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기는 후발업체의 수익성이 더 악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업계에서 퇴출되는 시기”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적자 전환은 메모리 시장의 바닥을 알리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약세장에서의 바닥론이 현실로 이어지기보다는 허망하게 끝난 적이 많았던 점에 비춰 볼 때 반등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8월 말에도 코스피 1,500 선이 무너지자 “증시가 9월에는 8월보다 한결 나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바닥론을 전파했다. 하지만 증시는 다음 달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바닥’을 뚫고 한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유진투자증권은 5일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때처럼 극심한 경기침체와 펀더멘털 악화가 유발하는 ‘진(眞) 바닥’ 확인 과정이 2009년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