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거래가 실종되면서 수입이 급감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급매'로 나온 부동산을 팔아야 할 중개업소가 되레 '급매'를 달았다. '급매' '급급매' 는 기본이고 '무권리금 사무실'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중개업소 매매 게시판에는 5일 하루에만 352개의 매물이 등록되었고 이중 서울시내 매물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 부동산 중개업소들 개점휴업 상태
용산 개발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이모(42)씨는 급매물로 업소를 내놓았다. 인근 아파트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적자만 쌓여가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문을 열었지만 한 건도 거래 성사가 없는 달도 있었다"며 "도저히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당분간 휴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폭락으로 된서리를 맞은 송파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부동산 중개업소 김모(38)씨는 권리금 2500만원을 1500만원으로 낮춰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매수자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 김씨는 "최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초보 중개업자들이 전화문의를 할 뿐"이라며 "인근 부동산들도 월세 막기도 벅찬 실정인 데다 권리금은 반토막이 났다"고 걱정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지역 최현진 지회장은 "강남 부동산 2400여곳 중 30% 정도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보면 된다"며 "700만~800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전월세 거래 성사만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때 1억~1억 5000만원이던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 권리금은 현재 절반도 받기 힘든 실정이다.
● 부동산 거래 2년 전의 10분의 1
권리금이 낮아지다 보니 초보 중개업자들이 의욕적으로 뛰어 들었다가 망하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을 주로 취급하는 문모(50·서울 송파구)씨는 "한 중개업소당 1년에 주인이 3~4번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각 구청에 휴·폐업 신고를 한 업소는 6312곳이나 된다.
아무리 베테랑 중개업자라 해도 아예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속수무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부동산 거래는 2년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서울지역 부동산 거래건수와 총 거래금액은 6440건과 2조 1528억 원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던 2006년 11월(5만 1941건, 14조 9264억 원)에 비해 각각 87.6%, 85.6% 감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양소순 실장은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내년 하반기는 돼야 회복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당분간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