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빚을 지는 것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리하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신용카드를 몇 장씩 발급받아 소득수준을 넘어서는 쇼핑을 하면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돈을 빌려서 주식이나 펀드같이 위험이 따르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쌓인 가계 빚의 합계는 작년 9월 말 현재 676조 원에 이릅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입니다. 가구당 평균 금액으로는 4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세계적 투자분석가인 마크 파버 같은 사람은 현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계 빚을 줄이는 것이라고 조언을 할 정도입니다.
물론 가계 빚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가계 빚이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상환능력입니다. 과도하게 빚을 냈다가 갚지 못해 살고 있는 집을 압류당하거나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사례가 늘어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자산을 불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빚을 줄이는 일입니다. 빚이 있는 사람은 빚을 진 이유를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합니다. 그 빚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라면 상환계획에 문제는 없는지,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주택 가격이나 월급이 장기적으로 상승을 해왔던 시대와는 달리 앞으로는 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종전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낸 사람이라면 본격적인 투자를 생각하기 전에 생활비를 절약하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자신의 생활수준도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위험이 따르는 투자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격형 투자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 펀드 투자는 주가나 금리 등의 외부요인에 의해 성공 여부가 좌우되기 쉽습니다. 반면에 절약은 방어형 투자엔진이지만 투자자 자신의 힘만으로 관리가 가능합니다. 절약을 못한다면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을 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투자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공격형 투자를 생각하기에 앞서 빚의 무서움을 인식하고 절약을 하는 습관, 빚을 지지 않는 습관부터 익혀야 할 것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