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수익률 300.46%, 코스피의 4배…국내 최장수 펀드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탄생 10주년 맞는 국내 최장수 펀드 ‘프랭클린템플턴’

국내 공모형 주식형펀드 중 최장수 펀드 격인 ‘프랭클린템플턴 그로스 펀드’가 11일로 설정 10주년을 맞는다. 프랭클린템플턴(당시 쌍용템플턴투자신탁) 투신운용사는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1월 11일 이 펀드를 세상에 내놨다.

하나UBS자산운용이 1970년에 설정한 펀드가 하나 있지만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운용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꾸준히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한 것으로는 이 펀드가 가장 오래된 셈이다. 시류(時流)에 따라 우후죽순 격으로 펀드가 생기고 사라지는 요즘 보기 드문 일이다.

이 펀드의 지난 10년간 운영 수익률은 5일 기준으로 300.46%(누적)에 이른다. 같은 기간의 코스피 상승률이 87%인 점을 감안하면 4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이 펀드를 10년간 보유해 고스란히 평가익을 내는 개인 투자자도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외환위기 후 한국 경제 굴곡 반영

이 펀드의 역사를 보면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의 부침(浮沈)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정보기술(IT) 붐과 버블 붕괴 및 카드사태, 2005년의 펀드 광풍, 그리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수익률도 함께 출렁거렸다.

설정 11개월 만인 1999년 11월 이 펀드는 이미 40%대를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IT 붐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타던 때다. 하지만 상승세가 버블 붕괴로 마무리되면서 2000년 12월 수익률이 ―9.90%까지 곤두박질쳤다.

버블 붕괴 뒤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국내 주식시장은 빠르게 회복됐다. 이 펀드도 이런 추세를 타고 2002년 3월에는 설정일 기준으로 10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카드사태를 거쳐 본격적인 펀드 투자 열풍을 만나면서 2007년 10월 초에는 600%가 넘는 경이적인 수익률로 주변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최근 1년간 수익률은 ―42.77%. 이 기간만을 놓고 보면 다른 국내 펀드보다 나을 것 없는 성적표다.

펀드운용을 맡은 김태홍 펀드매니저는 “적립식 펀드라고 해도 단기간의 성적으로는 국내 증시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 평범하지만 원칙 있는 투자의 결실

단지 장기간에 걸쳐 운영됐다는 것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이 펀드와 같은 해인 1999년에 설정된 장수펀드는 수십 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꾸준히 투자자금의 유출입이 이뤄지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10년간의 부침 속에서도 여전히 3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비결은 무엇일까.

경쟁업체의 펀드매니저들은 무엇보다 장기간에 걸친 투자 기간을 꼽는다. 이들도 국내 투자 문화에서 10년간 정통 국내 주식형 펀드로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해 장기 투자의 모범적인 전형이라며 박수를 보낸다.

한 운용사의 자산운용본부장은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교과서적인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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