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주요 인사들 새해 전망… 신중론 vs 낙관론 막상막하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불황의 끝 아직은… 소로스형 47%

하반기 쯤 출구가… 버핏형 46%

세계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불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국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는 3, 4년은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인들도 전망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본보가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내놓은 신년사를 자세히 분석해 본 결과 ‘버핏파(派)’와 ‘소로스파’가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옛 LG계는 ‘소로스파’ 우세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옛 LG그룹 계열 CEO들은 소로스 편에 섰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세계경제는 이미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 또한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창수 회장은 “많은 전문가는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장기간의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으며 허동수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은행권에는 ‘소로스파’가 많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유동성, 건전성, 수익성 어느 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실물경기가 되살아나고 기업부실이 정리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국내외적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영기 KB금융그룹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앞으로 위기가 2, 3년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올해는 우리의 체질을 혁신하자”고 호소했다.

○ ‘버핏파’는 “조기 극복 가능”

불황의 단기 극복 가능성을 주장하는 CEO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럽다.

이 진영에서 신년사에서 가장 자신 있게 주장을 편 CEO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이미 드러난 위기 상황은 끝을 보일 것이고 인식된 리스크는 기회를 제공할지 모른다”며 “시장환경은 작년보다 투자자에게 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 경기부양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펴며 강한 경기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세계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신년사에서 “머지않은 시일에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드러내면 금융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다. 그는 신년사에서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기관이 금년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으며 빨라도 하반기나 돼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인은 아니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 기업, 정부, 노사가 함께한다면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믿는다”며 희망 섞인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세계경영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CEO 106명을 대상으로 “버핏과 소로스 중 누구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데 대해 46%는 버핏, 47%는 소로스(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답변 포함)의 손을 들어줬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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