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재고 쌓여도 “전주공장 근무시간 못줄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외에서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발목을 잡고 나섰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새 차를 구입하는 고객이 1년 내 돌발적인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에 처하면 차를 되사주는 판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2007년)보다 14%나 줄어든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경제적, 신체적으로 갑작스러운 어려움을 당했을 때 할부나 리스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차를 되사주는 정책이다. 다만 고객이 납부해야 하는 할부 잔금과 회사가 되돌려 받을 중고차 잔존가치의 차이가 7500달러(약 975만 원) 이내여야 하고 △실직 △신체장애 △질병 △사고사 등 증명 가능한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회사 측이 ‘제 살 깎아먹기’식으로까지 보이는 아이디어를 짜내며 판매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회사 측의 생산합리화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주야 2교대제(주간 8시간+야간 8시간에 잔업 각 2시간)인 전주공장 버스라인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주간 2교대제(주간 1부 8시간+2부 9시간)로 바꾸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으로 버스 판매가 급감하면서 생산해도 팔 곳이 없어 재고 부담이 커지자 회사 측은 주간 1교대제(8시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날 자체 소식지에서 “1월 중 전주공장 주간 연속 2교대 시범 실시에 대해 ‘어떠한 재론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현대·기아차 생산현장에서 기장, 반장, 계장급 노조원 등이 잇따라 회사의 비상경영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재고 증가 부담 등으로 회사가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