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쏟아지는 새해맞이 세일…지금이 쇼핑 적기일수도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신년에 임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상위 2% 이내 고객은 불황에도 끄떡없습니다. 새해 정기 세일의 성과가 좋다니 희망적입니다. 위기가 기회니, 잘해 봅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황의 터널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백화점이 조사한 새해 첫 주말 세일의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이 4.1% 늘었다고 하네요.

신세계백화점의 한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서민층은 물론 상위 3∼5%의 고객도 쇼핑을 나와 상품을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앞으로 살림이 펴질 것이란 막연한 희망을 갖는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억, 억’ 소리 나는 값비싼 상품들을 팔고 있지만 ‘꿈과 이미지’를 파는 이벤트 성격이 강합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은 ‘슈퍼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상품들을 처음으로 판매하며 20억 원짜리 ‘불가리’ 보석 반지를 최고가 상품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 가장 비싸게 팔린 상품은 4억 원짜리 독일 ‘심멜’사(社)의 그랜드 피아노였으니까요.

새해 세일 공세를 펼치는 백화점들은 불황기를 맞아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9∼11일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9개 점포에서 제일모직 계열 남성복을 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60만 원짜리 명품 한우세트를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먹을거리를 남성복 경품으로 내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금까진 평판TV 등이 경품이었습니다. 불황기이다 보니 설 선물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속형 경품이 나온 겁니다.

대형마트들도 이번 설 선물의 가격 거품을 확 뺐습니다. 9800원짜리 사과세트(3kg, 9개), 3만9800원짜리 굴비세트(1.8kg, 20마리) 등 예년보다 가격을 평균 20∼30% 낮췄습니다.

불황이라 지갑을 열기가 무섭지만, 쇼핑은 우리 생활의 소소한 행복일 겁니다. 어쩌면 지금이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꼭 필요한 상품을 집어 드는 ‘혜안(慧眼)’을 기를 수 있는 때가 아닐까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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