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해외파 인재 봇물 국내파 두뇌들 당황… 긴장…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中企도 마다안해… 젊은 상사 등장에 “더 공부해야 하나” 고민도

《중견 홍보대행사 이모 대표는 최근 구인 광고를 낸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몰려든 지원서의 ‘수준’에 깜짝 놀랐다. 미국 의회 보좌관, 해외 컨설턴트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해외파 인재가 상당수였기 때문. 더욱이 이들은 높은 연봉이나 까다로운 근무 조건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외국 명문대 경영학석사(MBA) 출신 등 해외파 인재들이 ‘몸값’을 낮춰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화려한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보다 자신이 우대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을 택하기도 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조직 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

○‘몸값’ 낮춘 인재가 바꾸는 국내 기업문화

국내 대표적 화장품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외국기업 이사로 근무하던 미 컬럼비아대 MBA 출신 여성 마케팅 전문가(37)를 상무로 영입했다.

그동안 ‘평온한’ 연공서열식 기업문화에 길들어 있던 이 회사 직원들은 30대 ‘외부 출신’ 여성 임원의 출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미 명문대 MBA 출신 31세 여성이 이달 중순부터 마케팅팀장으로 출근한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술렁이고 있다.

한 직원은 “실무 경력이 짧은데도 MBA 출신이란 이유로 부장보다 한 단계 위인 팀장으로 온다고 하니 심각하지는 않지만 기존 일부 간부 사원이 당황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은 이제라도 MBA 학위를 따야 하나 고민하고, 나이 든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를 이해하기 위해 컨설팅 영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국내 C 대기업의 마케팅 조직은 전체 직원의 75%가 ‘외부 출신’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외부 수혈’을 통한 조직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 정작 소수가 된 내부 직원들은 연봉과 승진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MBA 컨설팅업체인 ‘JC MBA’의 한수경 이사는 “국내파들이 해외파들에 맞서 이제라도 MBA를 준비하려 해도 불황의 여파로 해외 유명 MBA에 미국인 지원자가 몰려 입학 자체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불황은 글로벌 인재 확보 기회’

컨설팅업체 매킨지&컴퍼니의 강혜진 파트너는 지난해 전경련 국제경영원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경기 불황기엔 글로벌 인재 확보가 쉽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세계화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침 KOTRA는 최근 해외 우수 인력 유치 포털인 ‘콘택트 코리아(contactkorea.go.kr)’를 개설해 새해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미국 명문대 박사인 40대의 김모 씨도 헤드헌터를 거치지 않고 이 사이트를 통해 국내 한 중소기업의 신약 개발 연구직에 지원했다.

경영컨설팅업체 헤이그룹의 임원균 부장 컨설턴트는 “불황일수록 성과주의가 중시되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보상을 연계하는 추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불황은 기업으로선 인재를 싸게 채용할 수 있는 기회지만, 제대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호황기엔 인재를 떠나보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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