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운용처로 몰린 자금이 2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투자 심리가 냉각돼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자산운용협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6일 현재 98조1820억 원으로 100조 원에 근접했다. MMF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9월 말 62조 원 규모였지만 11월 말 80조 원, 12월 말 88조 원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에 유입된 자금도 이날 현재 39조6411억 원으로 지난해 9월 말의 37조9396억 원보다 늘어났다.
또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다른 은행 발행 수표를 제외한 실세 요구불예금은 59조3769억 원으로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8월 말(57조5526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종금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탁금도 같은 기간 4조4321억 원에서 5조982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단기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힘을 쏟았는데도 아직 불안심리가 남아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풀리고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인다면 향후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아직 시장이 불확실하니까 일단 대기성 자금에 돈을 넣어놓고 투자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 같다”며 “그러나 향후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될 때는 이런 단기자금이 실탄이 돼 증시 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