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도 사람도 똑같은데 벼랑끝 몰렸다 위기 탈출 어떻게?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 매출 하락 극복하고 5년째 급성장 김정문 알로에

《2003년 김정문 알로에의 겨울은 추웠다.

국내 최초로 건강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전파한 기업이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회사 매출액은 전해인 2002년보다 7%가량 하락했다. 당시 대기업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들은 ‘효율’과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회사를 바꾸려 했지만 그럴수록 시장점유율과 매출액은 더 떨어졌다. 그러던 회사가 2004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대기업 따라하기 벗어나 情으로 뭉친 기업문화 되찾으니 직원도 회사도 신바람

2004년 620억 원이던 매출은 2008년 990억 원으로 4년 동안 60%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사상 최초로 1000억 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조직 변화도, 바뀐 사람도 거의 없다. 똑같은 조직과 사람들로 이들은 어떻게 5년 만에 달라졌을까.

○ 무조건 대기업 따라하기는 안 돼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김정문 알로에 본사에서 만난 곽민순 전무는 회사의 변신 이유를 ‘제 몸에 맞는 기업문화’에서 찾았다.

곽 전무는 “2003년 최연매 사장 취임 이후 직원과 거래처(대리점)를 아끼는 전통적인 ‘김정문 알로에 경영’이 부활하며 회사가 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정문 알로에는 10년 사이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또다시 오너 경영으로 돌아가는 경영 실험을 거쳤다. 최연매 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김정문 회장의 부인이다.

회사는 2000년대 초반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키려 했지만 방문 판매 위주의 회사 구조와 맞지 않았다.

곽 전무는 “김정문 알로에는 본사와 거래처가 하나의 ‘이념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며 “대기업에서 온 전문경영인들이 효율만 보고 이들을 ‘갑을 관계’로 대한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거래처가 경쟁 회사 제품을 취급하거나 김정문 알로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곽 전무는 “효율적인 경영도 좋지만 당시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격”이라며 “스스로에게 맞는 경영법만 찾아냈는데도 회사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 기업 문화가 회사 발전의 원천

직원 사랑을 바탕으로 한 최 사장의 경영 방침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김정문 알로에는 2005년부터 매년 회사 송년회를 서초동 최 사장 자택에서 열고 있다. 송년회마다 150여 명의 김정문 알로에 직원이 찾아와 자택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장배현 영업2부장은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가 직원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회사에서 모든 직원에게 읽고 싶은 책을 매달 2권씩 사 주고, 회사 내에 전담 카운슬러를 둬 고민상담을 하는 등 ‘직원 기(氣) 살리기’에도 나섰다.

김정문 알로에의 한 직원은 “사장이 주도하는 회사 문화의 작은 변화가 발전으로 직결되는 것이 보인다”며 “최근에는 회사에 퇴사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일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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