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매년 ‘비장한’ 시무식을 여는 회사가 있다.
8일 오전 10시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의 구본상 사장과 임직원 40명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정문에 모였다. 이들은 곧장 현충탑으로 이동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헌화하고 분향한 뒤 묵념했다.
구 사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 그 한마디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라고 적은 뒤 직원들에게 “순국하신 애국선열의 뜻을 언제나 잊지 말자”며 시무식 행사를 마쳤다.
이 회사는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6년 동안 매년 시무식을 국립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서 동시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본사와 경기 용인시 연구소 임직원들은 국립현충원으로, 경북 구미공장 직원들은 대전현충원으로 향한다.
분사 직후 평석태 전 사장이 “국방력에 기여하는 방위산업체의 이미지에 맞게 현충원에서 새해 각오를 다지자”며 ‘애국 시무식’을 제안했다. LIG넥스원은 정밀 전자무기 분야에서 손꼽히는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로 1976년 설립됐다.
직원들도 적극 호응해 팀장급 이상 간부뿐만 아니라 남녀 직원대표 등도 빠지지 않고 시무식에 참석하고 있다.
방위산업체의 특성상 전체 직원의 10% 정도가 군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충원 시무식 때에는 묵념하기 위해 도열한 직원들을 향해 군 출신 간부직원이 줄을 맞추려고 “왼발 왼발”이라며 제식 구호를 호령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신년 시무식뿐만 아니라 매년 4월 한식 때도 현충원을 찾아 빛바랜 비문에 색을 입히고, 잡초를 제거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