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부동산에 돈 묶여” 신규투자는 멈칫
최근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초까지 고금리의 은행예금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엔 ‘은행도 믿지 못하겠다’며 은행예금에 조심스럽게 접근한 고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사이에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은행예금에 가입하려 해도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금리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산가들이 은행예금 대신 눈을 돌리는 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다.
특히 3개월 전후의 단기운용자금이 있는 경우엔 양호한 수익률, 안전성, 편리성 등을 감안해 예금 대신 MMF로 옮겨놓는 고객이 많다.
채권의 경우 오히려 작년에 비해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국공채 관련 신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국공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 메리트가 줄었다고 보는 고객이 제법 많다. 일부 고객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방향성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안전성을 겸비한 국공채형 펀드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가입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힘들어할 때 부자들은 비교적 괜찮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자산까지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서 부자들도 충격의 영향권에 든 것이다.
또 자산가들 중에서도 유동자금 부족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07년 증시 열풍을 타고 주식 및 펀드에 많이 투자했던 부자들은 손실률이 너무 커서 환매를 미루고 있다. 현재 주가가 많이 하락해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려다가도 보유 중인 펀드의 현금화가 어려워 재투자를 통한 손실 만회 기회를 보류하는 고객도 있다.
금융자산뿐 아니라 부동산자산에서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새로 전세가 들어오지 않아 나가는 세입자에게 전세금 전체를 돌려줘야 하는 고민을 털어놓는 고객도 최근 있었다. 보유 자산의 현금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부자들도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고객도 경기침체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특히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의 병원을 운영하는 고객이 영향을 많이 받는 모습이다. 변호사 등 그 외 일부 전문직 고객도 수입 감소를 피부로 느끼는 분위기다.
원래 부자들은 작은 돈이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성격의 돈은 철저히 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요즘 부자들은 작은 돈에 더 큰 애착을 보이고 있다.
여가활동을 자제하면서 해외 골프여행 횟수를 줄이거나 자제한다는 고객들이 생겼다. 한 고객은 얼마 전에 해외에 나갔더니 골프장이 썰렁해서 오히려 골프를 즐기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 고객은 “경기침체가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골프장에서도 실감했다”며 당분간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