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투자적기” 지난달 3.8배↑… 경기회복 대비 포석도
○ 싸진 동종업체 매물 인수 호기
경기 회복에 대비해 다른 업종의 기업 지분을 사들여 사업 영역을 확대하거나 기존 사업을 강화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다. 경기 악화로 기업 가치가 실제보다 크게 떨어져 이제는 투자할 때라는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정보기술(IT) 분야 계열사인 코오롱아이넷은 최근 PDF 솔루션업체인 유니닥스의 지분 23%를 19억 원에 인수했다. 유니닥스는 국가기록원 표준이 된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코오롱아이넷은 그동안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분야 영업에 주력했다. 이번에 유니닥스 지분 인수를 통해 소프트웨어 분야를 보강하고 그동안 쌓은 영업망과 시너지를 일으켜 IT 업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참앤씨는 지난달 동종업체인 소슬의 지분 35.61%를 87억 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사는 불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새로운 투자를 단행할 때라고 생각하면서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 준비를 하던 찰나에 마침 소슬이 시장에 나왔다.
김세용 참앤씨 이사는 “연구개발과 특허 취득 등에서 시너지가 크기 때문에 미래가치보다 훨씬 싸게 지분을 샀다”며 “불황이 새로운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좋은 시기이므로 또 다른 투자 기회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인수합병 위한 투자 ‘쑥쑥’
제조업체가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창업투자사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한다. 기계제조업체인 선우중공업은 창업투자사인 넥서스투자를 130억 원에 인수해 앞으로 원자재 공급처나 제품 판매처를 사들여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탈도 올해 투자 목표를 높게 잡고 있는 추세다. 벤처투자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액을 지난해 800억 원에서 올해 2000억∼3000억 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벤처 붐’이 꺼졌던 2003년 도산한 기업의 지분을 묶어서 판매한 펀드 수익률을 지난해 말 산정한 결과 연평균 11%로 비교적 높게 나왔다는 자신감이 한몫했다.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건실한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며 “억지로라도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타 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한 곳은 2008년 12월 111건(기재 정정 제외)으로 전달 11월 29건의 3.8배에 달했다. 이는 2008년 9월 56건, 2008년 10월 49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재계 관계자는 “비교적 사정이 괜찮은 기업들이 불황 속에 저렴한 기업 매물이 많이 나오는 것을 활용해 경기가 회복될 때 대비해 미리 사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