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3500억 원이 넘는 환차손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최근 정부 15개 중앙부처 및 방위사업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출받은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이들 부처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을 본 규모는 총 3508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예산을 짤 때 정부가 달러당 920원을 기준으로 외화예산을 편성했지만 지난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01원, 연중 최고 환율은 1513원으로 급등하면서 환차손이 커진 것.
환차손이 가장 큰 곳은 무기도입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으로 지난해 184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차기전투기(FX) 사업, 1800t급 잠수함 도입 관련 사업에서 환차손이 컸다.
국방부는 전투기 잠수함 등 무기부품 교체 및 수리비에서 703억 원의 환차손을 보는 등 총 1012억 원의 환차손을 냈다. 외교통상부(421억 원), 교육과학기술부(112억8000만 원), 국토해양부(40억40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통일부 여성부는 환차손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방위사업청과 국방부는 환차손으로 부족해진 예산은 다른 예산을 돌려 충당했다고 답했다. 재외공관 운영비 등 필수지출에서 환차손을 본 외교부는 국고에서 294억5000만 원의 예비비를 받았고, 교육차관 상환액이 늘어난 교육부는 절감한 예산을 활용해 환차손을 메웠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화예산에 대해 환헤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부가 환헤지에 나서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율을 끌어올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