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기러기 아빠’와 유학생 자녀를 둔 가족에겐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2일 936.90원에서 9일 1343.00원으로 43%나 급등했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해 10∼11월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기러기 아빠들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환율이다. 특히 연초엔 등록금 등 송금액이 많은 시기여서 기러기 아빠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환율이 하락한 날마다 달러를 조금씩 매입해 외화예금에 넣어 두었다가 송금할 것을 권한다.
○ 美-日 30%이상 급등… 호주는 오름폭 작아
유학생이 많이 나가 있는 지역은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 중국 등이다. 원화 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이 떨어져 이들 국가의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반적으로 다 올랐다. 특히 지난해 초보다 30% 이상 오른 곳은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초 100엔당 838.20원에서 9일 1447.12원으로 72%나 급등했고 같은 기간 중국 위안은 50%, 유로도 31% 올랐다.
이에 비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오름폭이 20% 미만이어서 이 지역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특히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는 지난해 초 대비 환율 상승률이 각각 14%와 9%여서 자녀의 해외 유학을 고려 중인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주유학 전문기관인 니아코리아 이재만 부장은 “전통적 인기 지역인 미국과 유럽의 환율이 너무 높아져 상대적으로 환율 상승폭이 작았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은행 실시간 환율정보 참고를
외환 전문가들은 환율이 안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선물은 올해 초 펴낸 2009년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최소 2010년 1분기는 되어야 본격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등록금과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환율이 하락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고환율 시기에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환테크 방법은 분할 매입과 외화예금 활용이다. 이미 발 빠른 일부 기러기 아빠들은 작년 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했을 때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매입해 뒀다.
당시 여유자금이 없어 달러를 매입하지 못했거나, 시기를 놓친 기러기 아빠들은 지금부터라도 환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한 날 조금씩 사서 모으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분할 매입한 달러는 그냥 갖고 있지 말고 외화예금에 넣어두는 것이 유리하다”며 “외화예금은 원화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환율 변동성이 심할 때는 환율 정보가 곧 돈이기도 하다. 자주 환율을 체크하기 힘들다면 주거래은행을 활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원하는 고객들에게 실시간 환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로 떨어질 때 달러를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은행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면 해당 시점에 맞춰 연락을 주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월드센터 이준수 지점장은 “주거래은행을 활용하면 전반적인 환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환전 및 송금수수료 우대 등의 혜택도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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