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차 ‘기술 먹튀’?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노조 “4000억 드는 신차 기술 1200억에 가져가”

쌍용차 상무 “상하이차 대주주 역할 포기 아니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사실상 쌍용차 경영을 포기하자 투자하는 척하며 기술만 빼내고 빠지는 ‘기술 먹튀(먹고 튀기)’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9일 “상하이차 스스로가 ‘먹튀 자본’이었음을 시인하고 마침표를 찍었다”고 맹비난했다.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지 2년 만인 2006년 8월 쌍용차 노조는 “상하이차가 쌍용차 제조기술을 헐값에 빼돌리고 있다”며 기술유출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그 뒤로도 상하이차는 최대주주로서 투자에는 소극적이고 기술 이전에만 급급하다는 의혹을 사왔다. 노조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 매년 3000억 원씩 1조2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상하이차가 먼저 쌍용차에 기술 이전료 1200억 원을 포함해 총 32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투자 행태를 지적했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상하이차는 지난해 12월 말 쌍용차에 기술이전료 1200억 원 중 절반인 600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기술유출 의혹과 맞닿아 있다.

쌍용차 노조는 “내년에 출시할 신차 ‘C200’(프로젝트명)의 기술이 상하이차로 넘어갔다. 신차 개발에 3000억∼4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신차 기술을 1200억 원에 넘겼다는 것은 불법적 기술 유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하이차가 법정관리 신청을 최종 카드로 내놓자 자동차업계에서는 외국 기업이 기술만 빼내고 법원과 채권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먹튀’ 사례로 보고 있다.

상하이차 입장에서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잘만 되면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 뒤 경영권을 다시 받을 수 있고, 법원에서 회생 불가능하다고 결정하더라도 적절한 명분을 찾아 청산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산절차를 밟더라도 상하이차는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상하이차는 2004년 10월 인수대금 5900억 원에 쌍용차 최대주주가 됐다. 신차를 개발하는 데 드는 투자비가 3000억∼4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하이차는 신차 두 대 개발비로 쌍용차의 차량 개발 기술을 전체를 확보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당시 투자금은 주가폭락으로 현재 800억 원에 불과해 잃을 것도 별로 없다.

게다가 쌍용차의 부채는 8000억 원에 이른다. 상하이차는 최대주주로서 책임과 함께 부채 부담까지 벗어던질 수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에 상당한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이는 쌍용차의 법정관리신청은 향후 한·중 투자협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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