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적표에 경제학 강의 수강한 기록 없어
친구 “말수적고 전공 박식… 경제 얘기는 안해”
체포 다음날 중소업체 출근 예정으로 알려져
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경제기고가 ‘미네르바’ 박모(31) 씨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그의 생활과 행적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빌라에서 여동생과 함께 지내왔다. 이 빌라의 소유주는 박 씨로 돼 있다.
서울의 H공고를 나와 2002년 D공대를 졸업한 박 씨는 곧바로 한 이동통신중계기 설치 업체와 건설업체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조용한 성격의 박 씨가 미네르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친구들 “말수 적지만 박식한 모습도”
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한 박 씨의 성적표에는 경제학 강의를 수강한 적이 없었다. 1997년 입학한 박 씨는 전산개론, 데이터통신 등 전공 관련 과목을 주로 수강했고, 경제 관련 과목은 ‘지구촌 경제와 직업세계’라는 교양과목이 유일했다.
박 씨의 대학 동기인 정모(31) 씨는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고,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었지만 어쩌다 말문이 터지면 전공에 대해 박식한 것 같았다”며 “그렇지만 박 씨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때 박 씨의 담임이었던 신모 교사는 “성격, 가정형편, 성적 등 모두 평범한 아이였고 졸업한 다음 해에 인사차 전화가 온 뒤로는 연락이 끊겼다”며 “미네르바가 내가 가르쳤던 그 제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지도교수였던 방효창 교수도 “실습 한 번 빠지지 않을 만큼 성실했기 때문에 공학 전공자라고 해도 공부하기에 따라 경제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지금 심정은 제자가 다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웃들 “바깥활동 거의 없어”
박 씨의 가족은 창천동의 빌라에서 살다가 1990년대 중반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이주했으며 2001년 말부터 박 씨는 여동생과 함께 다시 창천동의 빌라에서 지내왔다.
박 씨의 옆집에 사는 김모(86) 씨는 “착실하고 말이 없던 친구였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며 “박 씨가 3개월 전 다니던 건설회사를 그만뒀다고 했으며, 6일에는 회사 월급이 안 나왔다며 10만 원을 빌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빌라에 사는 장모(80) 씨 역시 “박 씨의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오랫동안 그 집에서 지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남매만 거주했다”며 “여동생은 유치원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지만 박 씨는 워낙 말수가 없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검찰에 체포된 다음 날인 8일부터 한 중소 물류 마케팅업체에 출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성=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