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이 제시하는 투자 3원칙은? 첫째, 투자는 사업하듯 하라. 둘째, 시장의 변덕스러운 오르내림에 속지 말라. 셋째, 충분히 낮은 가격에 사라.
“인간이 가진 무수한 나침반 중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이야말로 정확하게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입니다.”(워런 버핏)》세계 상위 부자 중 한 명이자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주식투자자인 버핏은 자신의 스승 그레이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레이엄은 내게 현인이나 스승 이상의 의미다. 내 아버지를 빼곤 그 어떤 이도 그만큼 내 인생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19세 버핏에게 ‘가치투자’라는 개념을 확고하게 심어준 책은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였다. 버핏은 이 책을 거의 외우고 다녔다. 그는 “내 투자체계의 기초를 형성해 준 책”이라고 극찬했다.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이론은 1930년 전후의 대공황 시기를 거치면서 완성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더욱 유념해야 할 내용이 많다.
그레이엄의 책 ‘현명한 투자자’의 1장은 투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투자란 자산의 가치와 사업전망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투자 원금을 지키면서 적절한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말하며, 그렇지 못한 행위는 모두 투기라 할 수 있다”라고 정리했다.
또 그레이엄은 기업의 내재가치(사업내용의 실제가치)와 주가를 분리해서 봤으며 주가가 하락해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된 기업을 매입해야 한다는 개념을 설명했다. 버핏도 항상 이야기하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에 대한 내용이다.
그레이엄은 이 책에서 “모든 사물이 변하는 것처럼 증권시장의 상황, 주가도 수없이 변한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의 비법은 한마디로, 변하는 것을 대비해 안전마진을 확보해 두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예로 “시가총액이 4300만 달러인 내셔널프레스토는 세전이익이 1600만 달러로 이익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이 2.7배다. 이 기업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고려할 때 이 경우 가치보다 주가가 상당히 저평가돼 안전마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즉, 투자는 주가가 가치에 비해 충분히 쌀 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안전마진이란 얼마나 싸게 사느냐, 지불한 가격은 얼마냐에 따라 달라진다. 매력적인 매입가격은 대개 시장이 불황일 때 형성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경기가 저조할 때가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다만 그 순간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버핏을 포함한 대부분의 성공한 가치투자가들은 그레이엄이 이야기하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투자는 사업하듯 하라.
주식투자를 할 때 대상 기업의 사주들과 동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동업을 한다면 투자수익이 낮은 업체와는 아주 좋은 조건으로도 쉽게 동업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을 구입하는 것은 기업의 소유권 일부를 구입하는 것이다. 철저하게 사업성을 분석해 동업자 입장에서 사업하듯이 주식투자를 하면 실패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둘째, 시장의 변덕스러운 오르내림에 속지 말라.
올바르게 투자하려면 시장의 심리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버핏도 항상 불경기로 주가가 하락할 때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을 확대했고, 호황기에 주가가 폭등할 때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다.
반면 많은 사람은 주가가 크게 상승할 때 주식을 사려고 한다. 시장의 반대편에 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이야기했다. “당신의 지식과 경험에 자신감을 가져라. 사실을 통해 결론에 도달했고 당신의 판단이 건전하다면 그에 따라 행동하라. 유가증권의 세계에서도 적절한 지식과 타당한 판단 이후에는 용기가 최고의 미덕이다.”
셋째, 충분히 낮은 가격에 사라.
앞서 설명한 대로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 주식은 위험자산이며 시장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충분히 싸게 사야 한다.
버핏은 이 3가지 규칙을 지켜 나간다면 적절한 수익을 내는 건 생각보다 쉽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에 과도한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아야 한다.
상장기업들의 순자산가치와 주가수준을 비교해 보면(그래프 참조) 현재 주가의 수준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의 저평가 구간이다. 장기투자를 한다는 가정을 해보면 2009년은 그 어느 때보다 주식을 사기 좋은 시점이다.
끝으로 불황기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버핏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자. “1890년경 코카콜라는 2000달러에 통째로 팔렸습니다. 오늘날 코카콜라의 시장가치는 약 500억 달러입니다. 1890년대에 코카콜라 주식을 사려는 사람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두어 번의 세계대전을 치를 것이고, 1907년에는 공황사태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날 텐데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리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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