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도 중형차 못지않아
국산 준중형 세단의 경쟁은 치열하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스포티한 디자인의 기아자동차 ‘포르테’가 등장했고 르노삼성자동차 ‘SM3’가 안정적인 품질로 틈새를 파고드는 형국이다. 이 같은 판세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던 GM대우자동차가 ‘라세티 프리미어’(사진)로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먼저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강인하면서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각지고 날카로우면서 힘세 보이는 이미지는 미국 GM의 시보레와 캐딜락 브랜드의 패밀리룩과 맥이 닿아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더욱 고급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대시보드에서 기어박스로 이어지는 디자인은 국내 준중형 중 단연 최고다. 경쟁 모델들은 심한 원가 절감의 흔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지만 라세티 프리미어는 그런 비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것 같다. 시트도 착좌감이 좋은 편이다. 싸구려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던 버튼 등의 작동감도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놀라운 것은 운전자들이 차의 각종 기능을 조절하는 인터페이스가 고급 수입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컴퓨터가 들어가 있어 편의장치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설정해 놓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도 레버를 살짝 한 번만 움직이면 자동으로 3번이 깜빡이는 고급 모듈 방식으로 바뀌었다.
핸들링과 코너링 역시 좋아졌다. 승차감은 한국의 도로 실정에 맞게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너무 흔들리지 않는 쪽으로 조율이 됐다. 고속주행에서 직진성이 높고, 타이어 소음과 바람 소리도 중형차 수준으로 억제돼 있다. 주행시험장에서 최고 시속 178km까지 속도를 올렸을 때도 옆의 동승자와 크지 않은 목소리로 대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동력성능은 약간 아쉽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제로백’ 시간은 13.2초로 경쟁모델보다 0.5∼1초 느렸다.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시속 100km에서 엔진은 2000RPM(분당 회전수)을 살짝 넘기는 수준이다. 경쟁 모델들은 2500RPM 안팎이다. 고속주행에서 RPM이 낮으면 연료 소모가 적으면서 엔진 소음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이 모델에 적용된 6단 변속기의 단점은 변속이 불규칙적이고 저속 주행에서 소음이 약간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직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남은 것 같았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몇 가지 개선점이 있기는 하지만 동급 모델 중 가장 구매가치가 높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라세티의 후속 모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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