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최근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화제의 인물은 단연 '미네르바'일 텐데요,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까지 불리던 미네르바의 정체가 30대 초반의 무직 남성으로 밝혀졌습니다.
(김현수 앵커) 하지만 네티즌을 중심으로 이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오늘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법조팀의 전성철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박 앵커) 전 기자, 검찰이 이번에 잡힌 박 씨를 진짜 '미네르바'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네, 검찰이 박 씨가 미네르바라고 결론내린 가장 큰 이유는 박 씨의 집 인터넷주소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이 작성된 인터넷주소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미네르바를 추종하는 누리꾼들이 진짜 미네르바가 쓴 글을 따로 모아 '글 모음집'을 만들 때도 인터넷주소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도 처음에는 경제학을 전공한 적도,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도 없는 박 씨가 미국발 경제위기와 환율 급등을 정확하게 예측한 미네르바라는 사실을 선뜻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한국경제의 올해 전망을 예측해보라는 검찰의 요구에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A4 2장 분량의 글을 앉은 자리에서 써내 스스로가 미네르바임을 입증했습니다.
(김 앵커) 전문가도 아닌 박 씨가 인터넷에서 경제논객으로 활동하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 박 씨가 명성을 얻은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나 박 씨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예측 글을 쓰기 20여일 전인 8월말 국내외 경제매체들은 이미 같은 내용의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다만 그 같은 전망을 내놓은 매체들이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이 많이 보지 않는 곳이었던 까닭에, 누리꾼 사이에는 박 씨의 예측으로 알려진 것입니다.
박 씨 스스로도 검찰에서 인터넷에서 본 정보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박 씨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예측 글 외에도 대부분의 글을 국내외 언론의 경제 관련뉴스나 칼럼 등을 짜깁기해서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중간 중간 생소한 용어가 섞여있어서 전문가의 냄새가 나지만 그 같은 용어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박 앵커) 미네르바는 자신의 글을 통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방관했다고, 또 미국 서브프라임 자산설계에 참여했다고 자신의 나이와 직업을 속였는데, 왜 그런 거짓말을 했다고 봅니까?
(전) 박 씨는 왜 신분을 감추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나중에 밝히겠다"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심리분석 전문가들은 박 씨가 자신의 정보력과 글 수준이 30대 초반의 무직자라는 스스로의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고, 글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새로운 '가상자아' 미네르바를 만들어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 씨의 변호인도 "박 씨는 스스로가 경제 칼럼니스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국내외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본 자신의 전망이 맞아 들어가자 희열을 느끼고,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미네르바 활동에 쏟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앵커) 검찰이 박 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도 논란이 있죠?
(전) 네. 그렇습니다. 구속 수사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미네르바가 정치인이나 경제전문가처럼 책임을 질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에 불과하며, 그의 글도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견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씨가 지난해 12월 29일자 글에서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회사에 달러 매수 금지 공문을 내려 보냈다"고 주장한 것이 인터넷에서 호외를 뿌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보았습니다. 미네르바의 글이 1건당 조회수가 10만 건에 달할 정도가 인기가 높았고, 누리꾼이 미네르바가 특별한 정보원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뉴스 속보인 양 인터넷에 띄웠으므로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검찰에서 미네르바의 글이 나간 직후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 주문이 폭증하는 바람에, 환율시장을 안정시키느라 외환보유고를 20억 달러 이상 풀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박 앵커) 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신원이 누리꾼 사이에 유포돼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던데요.
(전) 네. 검찰은 박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용상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개인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누리꾼들이 이를 근거로 김 판사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인터넷에 올리자 이에 대해 수사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악의적인 비방이나 인신공격, 신상정보가 유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원 안팎에서도 특정 법관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편집해 유포하고 인신공격을 가하는 것은 사이버 테러인 동시에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제균) 전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