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없애기… 종이컵 추방… 삼성 초절약 모드로

  • 입력 2009년 1월 14일 03시 02분


“첨단사옥서도 아날로그식 절약운동 효과만점”

‘잔반(殘飯)을 남기지 맙시다.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합시다. 종이타월을 한 장씩만 사용합시다.’

초등학교에서 벌이는 절약 캠페인이 아니다. 최첨단 빌딩인 서울 서초구 서초2동 삼성그룹 신(新)사옥의 엘리베이터 안 전자게시판에 수시로 올라오는 당부사항이다.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불황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절약운동도 광범위하게 벌이는 것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다소 유치해 보이는 절약운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의미 있는 비용 절감이 된다”며 “특히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힘든 상황이니 정신 바짝 차리자’는 심기일전의 자극을 주는 측면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우선 해외출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계열사별로 완비돼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계열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임원들의 비행기 좌석 등급도 한 단계씩 낮췄다.

한 전자 계열사의 임원은 “‘부사장 이하 임원의 경우 6시간 이내 비행거리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며 “예전에는 부장들도 10시간 이상 거리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최근 이런 혜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런 경비절감운동을 선도하는 회사는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부서의 대외활동비를 50%까지 삭감했고 신제품 발표회 등도 고급 호텔 대신 사옥 내 행사장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신사옥 휴게실마다 설치됐던 에스프레소 커피 기계마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최근 철거하기도 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고 올해 2분기(4∼6월)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비용절감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분위기는 다른 계열사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화장실의 조도(照度)와 난방온도를 낮췄다. 삼성물산도 노사협의회 중심으로 이면지 활용하기, 야근할 때 근무지역 이외 소등하기 등 ‘작은 습관의 변화, 알뜰살뜰 물산인’ 운동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에서는 ‘올해 임금은 깎이지만 않으면 다행’이란 ‘임금동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삼성 관계자는 “매년 7∼8% 인상되던 임금이 동결되면 약 1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비용절감운동은 과거 외환위기 때 같은 ‘인위적 감원(減員)’을 이번에는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임직원의 고용 안정 및 사기 문제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미·인·대·칭’운동은 불황기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표적 캠페인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미소’ 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자는 뜻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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