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9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5%로 0.5%포인트 내렸습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정기예금 등의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자 소득이 줄어들자 주식 투자를 해볼까 망설이는 분도 있습니다. 과연 금리와 주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론상으론 금리 오르면 주가는 내려
현실에선 경기따라 동반 상승-하락도
대개 금리와 주가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금리는 주가를 올리고 고금리는 주가를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금리는 여유자금의 가격을 의미합니다. 주식은 사람들이 여유자금으로 사는 대표적인 금융상품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가격과 수요량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수요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고 돈 빌리기가 쉬워지면 금리는 당연히 낮아집니다. 사람들은 이 자금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게 되겠죠.
어떤 사람들은 사업을 시작할 수도, 부동산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금융장세(유동성장세)’라고 부릅니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니 주가의 상승 속도는 빠르고, 상승 폭도 크기 마련입니다.
기업으로서도 금리가 낮아지면 빌린 돈에 지불되는 이자비용이 낮아집니다. 금융비용이 절감되는 셈이죠. 당연히 기업의 순이익은 커집니다. 기업의 수익이 개선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주가도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같이 오르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지요.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수차례 인상했음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습니다.
이런 사례는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주가도 이를 반영합니다. 한편 금융당국은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합니다. 지나치게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이런 기간을 주식시장에서는 ‘실적장세’라고 표현합니다.
반대 현상도 나타납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가도 같이 내리는 경우입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당시 일본 금융당국은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금리와 주가가 일반적으로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이용해 금리를 내렸습니다. 침체된 주식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의도였지요.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주식 투자보다 은행예금에 익숙한 일본 국민은 금리가 낮아져서 미래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종전보다 더 많이 저축에 나섰습니다. 저금리로 생겨난 여유자금이 안전한 은행예금에서 위험한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경제 논리가 일본 국민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셈이죠.
금융당국은 계속 금리를 낮추려 했고, 그럴수록 일본 국민은 은행예금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주가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경제학자들은 일본 국민의 투자 습성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통은 앞서 설명한 실적장세 이후에는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는 하락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정책당국이 계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으로부터 자금을 빼내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이미 바닥에서 크게 오른 주식시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높아진 금리 덕분에 안전한 은행예금과 채권이 매력적인 금융상품으로 부각됩니다. 주식시장에서 은행이나 채권시장으로 자금 이동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이 단계를 주식시장에서는 ‘역금융장세’라고 부릅니다.
정리하자면 경제 이론에서는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실적장세 때는 금리와 주가가 함께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또 앞에서 예를 들었듯이 현실 세계에서는 금리와 주가가 함께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금리와 주가의 움직임은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과 함께 살펴볼 때 상관관계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요.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