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마련] 민간 90%+정부 10%… 규제개혁 통한 투자 유도가 관건
[문제점] 일자리-부가가치 창출-수출증대 지나치게 ‘장밋빛 청사진’
정부가 13일 발표한 3대 분야 17개 ‘신(新)성장동력’은 3∼10년 후 주력이 될 성장동력을 바로 ‘지금부터’ 민관(民官) 합동으로 육성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에 주눅 들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17개 신성장동력은 제조업 간, 제조업 및 서비스업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애매하고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규모가 너무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새로 선보인 6개 신성장동력
지식경제부와 신성장동력기획단 등은 지난해 9월 22개 신성장동력을 발표하며 5년 동안 99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는 민간 참여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민간 주도로 신성장동력을 선정했다.
이번에 발표한 17개 신성장동력은 민간이 만들어 놓은 뼈대 위에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살을 붙인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과거 22개 신성장동력을 11개로 압축하는 대신 △고도 물처리 △첨단 그린도시 △고부가 식품산업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 금융 △융합관광 및 MICE(Meeting·기업회의, Incentive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vents·국제행사) 등 6개 신성장동력을 추가했다.
총리실은 “신성장동력은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에 기초해 시장성과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큰 분야를 중점적으로 선정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까지 계획, 올해는 실행
정부는 17개 신성장동력을 녹색뉴딜 사업과 연계해 올해부터 곧바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근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지난해까지는 계획을 짰고 올해부터는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라며 “올해 통합 출범하는 연구관리기관에 ‘신성장동력 사업 관리단’을 설치해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실무를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올해 지경부 담당 10개 신성장동력의 연구개발(R&D)에 약 8500억 원, R&D 이외 분야에 4500억 원 등 모두 1조3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올해 정부 500억 원, 민간 2000억 원의 투자를 모아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성장동력별 민관 협력체제도 구축된다. 정부는 초기 시장 창출을 비롯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공수요 창출, 규제 개혁 및 제도 개선, 기술개발 지원 등 투자환경 조성에 역점을 둔다. 민간은 상용화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 활성화, 신규 고용 창출의 역할을 분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도별 R&D 투자계획을 세우고 민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다. 규제 개혁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4월경 17개 신성장동력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 예산 마련이 관건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재정 투입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
총리실은 이달 초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 중 15개가 신성장동력과 유사하기 때문에 재정 투입은 ‘13조6000억 원+α’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2개 신성장동력을 발표하며 99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약 100조 원대의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체별로는 정부가 10%를 대고 민간이 90%를 투자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민간 부문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를 할지 의문이다.
정부 또한 감세정책으로 향후 세수(稅收)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경부는 “향후 5년 동안 7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90조 원의 민간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유인책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게다가 2018년에 부가가치가 700조 원대로 늘어나고 관련 수출도 연평균 18% 증가해 920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규제 개혁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신성장동력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과학비즈니스벨트 상반기 입지선정 계획 ▼
2015년까지 3조5487억 들여 중이온가속기 등 건설
이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청사진을 내놓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가 건설된다.
정부는 이 벨트에 용지 매입비와 기반시설 조성비를 제외하고도 2015년까지 3조548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가칭)에서는 장기적으로 3000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50개 연구단으로 나눠져 연구 활동을 수행한다.
해외 석학과 국내 우수 연구 인력으로 구성될 각 연구단은 연간 최대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정부는 연구단의 최대 50%를 국내외 대학과 연구소에 개방해 네트워크 연구 조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기초과학연구원 인근에 지적재산권전략센터를 설립하고 기술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등 첨단 비즈니스 기반도 조성한다.
일찍부터 관심을 모아온 초대형 연구시설로는 중이온 가속기가 결정됐다.
중이온 가속기는 나노(10억분의 1)보다 더 작은 펨토(1000조분의 1) 수준의 미시 세계를 비롯해 신물질, 에너지, 환경, 의료 분야 연구 등에 쓰인다.
정부는 중이온 가속기를 2012년에 착공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상반기(1∼6월) 안에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