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중국경제 침체 철저한 대비 필요
지난 몇 년간 물밀 듯이 중국 대륙에 들어갔던 외국 자본이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 금융회사들이 앞 다퉈 중국 주식을 매각하고 있고, 환차익과 금리차익을 노리고 지난해 대거 투입됐던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도 이탈하는 신호가 감지된다.
외국자본의 철수는 이미 감속(減速) 성장 국면에 들어선 중국 경제의 회복을 더 늦추는 결과를 초래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부담을 준다. 또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 핫머니 유출 시작
한화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중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외환보유액 및 환율 변동요인, 무역수지 등을 감안해 계산하면 지난해 12월에만 257억 달러가량의 핫머니가 중국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기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환율에까지 영향(위안화 가치 상승)을 줬지만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1조9500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7%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는 2001년 이후 가장 둔화된 수준이었다.
이는 중국의 무역흑자 및 외국인 투자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2월에 전년 대비 5.7% 감소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11월의 하락 폭은 36.5%였다.
2005∼2006년 중국 은행들이 대거 기업공개(IPO)에 나섰을 때 지분을 매입했던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당 주식을 투매하고 있다. 중국의 국부펀드가 자국의 대형은행주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은 이 같은 현상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 노력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외국 자본 이탈이 계속되자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수출업체 지원을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섰는데,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핫머니가 위안화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다시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져가는 양상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려 해외 자본 이탈을 막자니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중국이 수출 둔화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해 6% 이하의 저성장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8% 이하의 성장률을 보이면 실업문제 때문에 심각한 사회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투기 자본 유출이 계속될 경우 중국 내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 조짐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지난해 12월 중국 70개 도시의 부동산 매매가격이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며 “몇 년 전부터 주식과 부동산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밀려들었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자 이제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