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 위축시키는 부작용 우려
“오늘 일자리 관련 지표가 발표되는데, 새해 첫 소식부터 어두울 것입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실제로 이날 오후에 나온 고용지표는 암울했습니다. 2008년 1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만2000명 줄어 5년 2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지요. 글로벌 경기침체가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신호’인 셈입니다.
15일 배국환 재정부 2차관은 “경기침체 가속화로 한국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의 전망보다 추가로 침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은과 IMF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0% 내외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배 차관의 발언을 이번 주 발표될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성장률 수정 전망치와 연결해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3.3%로 추정했던 KDI는 이번에 그 수치를 크게 낮출 태세입니다.
이처럼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부정적 경기전망을 잇달아 쏟아내는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귀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경기부양의 필요성에 우호적 여론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책 실패에 따른 비판을 미리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증시에서는 “예견된 일인데 재차 위기를 강조해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킨다”는 불만도 제기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목요일(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지난해 4분기(10∼12월) 및 2008년 성장률을 의식한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부 스스로 ‘위험 신호’를 내놓는 것은 경기침체가 빚은 새로운 풍경이자 2009년 벽두 우리 경제의 우울한 자화상인 셈입니다.
차지완 경제부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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