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모피아’ 출신… 윤증현 중심의 팀워크 기대
기업 구조조정 가속도-경기부양책 급물살 탈 듯
일부선 “서로 잘알아 ‘견제와 균형’ 소홀할 수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윤진식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짜인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특징은 ‘컨트롤타워(사령탑)’의 부활과 정책 순발력의 복원이다. 1기 경제팀이 대내외 경제변수에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정책 대응도 실기(失期)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판단에 따라 새 경제팀은 부처 간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역량 바탕으로 한 ‘소신’에 높은 점수
‘금융 트로이카’로 불리는 3명은 경제관료 사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소신이 뚜렷하다. 또 뛰어난 업무 능력을 기반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스타일이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정책을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2기 경제팀의 좌장인 윤 장관 내정자는 노무현 정권 시절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일찌감치 강화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발(發) 금융기관 부실을 예방한 데서 보듯 금융시장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노 정권에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친기업적 성향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소신파이기도 하다. 당시 노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정치 논리로 풀라’고 하자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논리로 풀겠다. 믿어 달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던 적도 있다.
진 위원장 내정자는 세계은행(IBRD) 대리이사,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 등을 거치며 국제금융 전문가의 내공을 키웠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에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고 금감위 상임위원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국내 금융에도 밝은 편이다.
‘소신’ 코드도 윤 장관 내정자와 비슷하다. 2007년 8월 홍콩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당시 청와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자금을 중개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재경부 2차관이던 진 내정자는 이를 거부해 차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경제수석도 공직 경력의 상당 부분을 금융 분야에서 쌓아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과 공통점이 많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에 대한 이해도 면에서는 퇴임한 강만수 장관 못지않다는 분석이 많아 윤 경제수석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소 업무 스타일은 부드럽지만 외환위기 당시 직속상사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여겨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위기상황을 직보했을 정도로 강단이 있다.
○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에 속도 낼 듯
2기 경제팀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에 둘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 내정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위기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밀려온다. 전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한다”며 속도를 내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가장 서둘러야 할 과제로 기업 구조조정을 꼽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1차 구조조정에선 시장의 예상보다 적은 수의 기업이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2기 경제팀의 면면으로 봐서 부실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한 2차 구조조정에선 상당수 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기대 반 우려 반’인 모습이다. 윤 내정자와 진 내정자가 모두 소신파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 기업 및 은행의 구조조정 등 미묘한 문제를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의 조기 집행을 통한 경기부양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부터 급격하게 경기가 하락한 것은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부양책이 한 박자 늦은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2기 경제팀의 1차 승부는 외환시장의 안정 여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상승할 정도로 외환시장은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다시 한 번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외환정책이 ‘금융에 정통한 트로이카’의 진면목을 보여 줄 첫 번째 관문이 되는 셈이다.
○ ‘집단사고’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는 2기 경제팀이 옛 재무부 관료(모피아) 출신인 탓에 집단사고에 빠져 한 방향으로만 치닫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강만수 경제팀’이 출범 직후 국제유가의 폭등을 예견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이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이들이 금융 분야에 정통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점도 상황에 따라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소신파끼리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1기 경제팀 때보다 파열음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세 사람이 일제히 ‘속도’를 강조하다가 ‘견제와 균형’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비슷한 맥락의 경고다.
이런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3명은 개각 발표가 난 뒤 ‘팀플레이와 일관된 메시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