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는 금융계 인사 7명”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본점의 월간지 코너에 전시된 신동아 2월호. 신동아는 2월호에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밝힌 K 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변영욱 기자
1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본점의 월간지 코너에 전시된 신동아 2월호. 신동아는 2월호에 자신을 ‘미네르바’라고 밝힌 K 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변영욱 기자
신동아 “우리가 진짜” K씨 인터뷰 게재

K씨 “구속된 朴씨 전혀 모르는 사람… IP 조작 가능성”

검찰 “朴씨가 진짜 맞아… 다른 사람 수사할 이유없다”

朴씨측 “자기집 IP 왜 조작하나… 가짜취급 마음상해”

《신동아는 19일 발매된 2월호에서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밝힌 K 씨의 인터뷰를 게재해 검찰이 구속한 박모 씨 외에 또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K 씨는 신동아 12월호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온다…’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K 씨 인터뷰=K 씨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네르바는 1명이 아니라 30∼50대 금융계 인사 7명으로 이뤄진 그룹으로 글은 내가 주로 썼다”며 “검찰이 구속한 박 씨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K 씨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대통령 선거 즈음인 2007년 12월 비정규직 관련 글을 올린 이래 모두 500건가량의 글을 올렸다”며 “리먼브러더스 파산,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 절필선언은 내가 썼다”고 말했다.

K 씨는 또 “대학은 인문대를 나왔고 국내 금융기관 3군데서 일했으며 지금은 투자재무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미네르바 그룹 7명은 2∼3년 전 친목을 위해 모였고 언론사는 저리가라 할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파트로 나눠 상황을 분석한 뒤 내가 대표 집필했다”고 말했다.

K 씨는 검찰이 박 씨의 구속 사유로 든 지난해 12월 29일 글(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정부의 긴급 공문)에 대해 “당시 외국에 있었다. 나중에 그걸 보고 굉장히 황당했다”며 “우리가 쓰던 인터넷주소(IP)와 동일하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K 씨는 “2008년 말 그동안 써 오던 미네르바 IP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박 씨가 IP를 조작했거나 멤버들과 의견 충돌을 빚어 연락이 안 되는 1명(50대로 증권사 근무 경력)이 박 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 씨는 박 씨가 검찰에서 썼다는 글에 대해 “중국 경제가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내용은 억측 과장이며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글”이라며 “중국의 국가 재정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위기 탈출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박 씨 구속 이후 두려움 때문에 인터뷰를 거부하는 K 씨를 여러 차례 설득해 14일 오후 8시부터 7시간 동안 심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K 씨가 밝힌 지인 중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인물에게 블라인드(blind)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그의 신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동아는 △K 씨가 불이익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진짜 미네르바라고 나선 이유 △K 씨가 잘못된 예측은 다른 멤버가 썼다고 하는 점 △K 씨의 놀랄 만한 정보력과 네트워크 △어떻게 여러 사람이 한 IP로 글을 올릴 수 있는지 △미네르바의 다음 ID의 개인정보가 박 씨의 것이라는 점 등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제기했다.

▽검찰 반응=검찰은 19일 K 씨가 진짜 미네르바인지 확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구속된 박 씨가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미네르바가 분명하며 배후나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다른 사람 또는 그룹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해도 범죄가 아닌 이상 수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가 ‘정부가 주요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 금지 공문 발송’ 등 허위사실 유포로 문제가 된 두 편의 글을 쓴 것이 확실한 이상 누가 진짜 미네르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박 씨의 집 IP와 누리꾼들이 ‘미네르바 글 모음집’을 만들면서 진짜 미네르바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은 IP가 일치하며 박 씨 스스로 자신이 쓴 글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기존의 수사 결과를 거듭 확인했다.

▽박 씨 “내가 썼다”=박 씨는 신동아 보도에 대해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한 글을 포함한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은 모두 내가 쓴 것”이라고 19일 변호인을 통해 말했다.

박 씨의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박 씨를 접견한 뒤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박 씨는 ‘나는 신동아와 인터뷰를 하거나 기고한 적이 없고 7인의 미네르바 팀 중 연락이 안 되는 사람과 연결됐을지 모른다는 추정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박 씨의 IP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 “박 씨가 왜 자기 집 IP를 조작하겠느냐”며 “박 씨가 신동아 보도로 자신이 마치 가짜인 양 취급당했다는 것에 마음이 상해 있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동아닷컴 박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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