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앞으로 그런 상품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겠다.”
지난 몇 달 사이에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위험한 상품’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했다가 관리를 잘못해 손실을 봤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리스크(risk)라고 하면 ‘위험(危險)’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죠. ‘가격 하락=위험’이 연상되어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기도 합니다.
위험이라는 말의 영어 표현은 ‘데인저(Danger)’입니다.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말할 때의 위험인 것입니다.
그러나 리스크는 위험과 다릅니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속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있는 상품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입니다.
라틴어에서 나온 리스크라는 말은 본래 ‘용기를 갖고 시도해 본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학생이 사귀고 싶은 여학생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합니다. 데이트를 신청하면 상대가 응해 줄 수도 있지만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거절당할까 봐 겁나서 데이트 신청을 포기하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가 응해오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산운용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금을 책임지는 예금만 찾아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가격 변동의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 배우자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부터 가계 자산을 운용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됩니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리스크를 피해서는 안 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되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학생 시절부터 해두어야 하겠지요.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