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여윳돈 활용… 작년보다 28% 늘듯
벤처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조선기자재업체인 엔케이와 폐촉매 재활용 회사인 다우메탈, 조선해양 자동화시스템 회사인 지엠비 등에 잇달아 투자했다. 올해 투자액도 지난해(8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2000억∼30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경제상황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건실한 투자처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벤처 투자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20일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중기청에 등록된 창업투자사의 올해 벤처 투자 금액은 9326억 원으로 지난해 7247억 원에 비해 28.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창업투자사의 벤처 투자액은 2005년 7573억 원, 2006년 7333억 원, 2007년 9917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 위기로 연기금이나 증권 등 기관투자가들이 위험 자산 조정 차원에서 잇달아 투자를 취소하면서 벤처 투자액이 급감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지속된 경기 침체로 벤처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 대상 기업들의 옥석이 가려지는 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창업투자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여윳돈이 두둑한 민간 기업들이 ‘벤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벤처 투자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 SK그룹 계열사들은 창업투자사를 통해 지난달 1732억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각종 투자조합에 참여했다. SK가스는 신(新)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할 투자조합(400억 원 규모)에, SK텔레콤은 온라인 게임회사 투자조합(203억 원 규모)에 각각 참여했다. 이 자금은 올해 안에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주현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대기업들이 여윳돈을 활용하는 동시에 기술 개발을 아웃소싱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벤처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됐다”며 “대기업의 벤처 투자는 대·중소기업의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도 벤처 출자 전담 펀드인 ‘모태(母胎) 펀드’ 규모를 1600억 원으로 잡고, 이 중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 출자할 계획이다. 다만 벤처캐피털업계는 투자 자금 조달이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모태펀드 재원을 더욱 늘려 벤처 투자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